남아공 동굴서 새 인류 화석
“최소 250만~300만년전 추정”
과학계 “인류 기원에 새 빛”
“최소 250만~300만년전 추정”
과학계 “인류 기원에 새 빛”
인류 진화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를 새로운 원시인류의 화석 유해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교 연구팀은 2013년에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인류 화석 지구’ 인근의 깊은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이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인류의 것이라고 10일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비비시>(BBC), <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중요 뉴스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화석이 처음 발견된 2013년 9월부터 지금까지 이 동굴에서 발견된 유해 조각은 모두 1500여개에 이르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최소 15명의 남녀 주검에서 나온 뼛조각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발견된 동굴인 ‘떠오르는 별’의 이름을 따, 새로운 인류의 조상에게 ‘호모 날레디’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날레디’는 남아공 남부 토속어로 ‘별’이란 뜻이다.
연구팀은 “이 원시인류가 살았던 연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 250만~300만년 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지금까지 진화사에서 유인원과 현생인류를 잇는 최초의 종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살았던 시기와 겹친다. 과학계는 “이번 발견이 인류 진화 연구에서 획기적인 비약”이며 “인류의 기원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발견”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유해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형태로 놓인 것으로 미루어, 호모 날레디가 동료의 주검을 방치하지 않고 장의 의식을 지낸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 조상 중에선 약 3만~5만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 매장 풍습을 가진 가장 오래된 종이라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연구팀의 리 버거 교수는 “지금까지는 망자에게 장의 행위를 치를 생각을 한 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고 봤는데, 같은 능력을 지닌 새로운 종이 발견된 건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호모 날레디는 원시적인 도구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외형은 손과 손목, 발 등이 현생인류와 비슷하지만, 두뇌는 오렌지 크기로 작은데다 상체 구조도 초기 인류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평균 신장은 150㎝, 몸무게는 45㎏ 안팎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팀에 참여한 영국 켄트대의 트레이시 키벌 박사는 “놀랍게도 호모 날레디는 거의 모든 초기 인류보다 훨씬 더 굽은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손 구조는 도구 사용 능력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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