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흡혈 원리
주둥이 빨대 안에 후각수용체
땀 냄새 30m 밖에서도 감지
땀 냄새 30m 밖에서도 감지
국내 연구진이 모기가 사람 피에서 나는 냄새로 혈관을 쉽게 찾는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이 냄새를 억제하는 방법을 찾으면 손쉬운 모기퇴치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안용준·권형욱 교수 연구팀은 23일 “모기 주둥이의 빨대 안에 동물의 혈관 속에 있는 냄새 성분을 감지하는 후각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혈관을 찾아 피를 빨아들이는 원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스 리포트> 최근호에 실렸다.
모기의 후각기관은 더듬이, 작은턱수염, 주둥이로 구성돼 있는데, 작은턱수염은 15m 밖의 이산화탄소를 맡으며 주둥이는 동물 땀에서 나는 젖산이나 향기성분을 30m 밖에서도 감지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나 젖산에 유인된 모기가 피부에 앉아 어떻게 사람이나 동물의 혈관에서 피를 신속하게 빨아들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기 주둥이에 들어 있는 탐침 모양의 빨대 맨 앞쪽에 감각모가 있고, 여기에 두 가지 후각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이 후각수용체들은 핏속의 휘발성 향기성분(1-옥텐-3-올과 사이클로헥산)에 강하게 반응했다.
이 후각수용체가 기능을 못하도록 하자 모기는 혈관을 찾지 못해 여러 번 침을 찌르고, 피를 빨아들이는데도 3~15분이나 걸렸다. 반면 후각수용체가 정상인 모기는 한번에 정확히 혈관을 찾았고 30초 만에 피를 빨아먹고 달아났다.
권형욱 교수는 “식물즙이나 꿀을 빨아먹는 초파리와 꿀벌들의 주둥이는 감각이 없고 움직이지 않는 대상에 빨대를 꽂기 때문에 후각수용체가 발달하지 않은 반면 모기는 움직이는 동물의 피를 빠느라 후각수용체가 진화한 것 같다. 말라리아 등 모기매개 전염병은 모기가 피를 빠는 순간 감염되기 때문에 모기의 후각수용체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모기 방제를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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