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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의 변신 질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등록 2015-11-01 20:27수정 2015-11-02 15:21

국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콘티넨탈이 실세계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결합해 운전자의 인지력과 판단력을 향상해주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선보이고 있다.  콘티넨탈 제공
국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콘티넨탈이 실세계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결합해 운전자의 인지력과 판단력을 향상해주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선보이고 있다. 콘티넨탈 제공
운전자 증강현실 장치 개발
남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에 “세 여자 말을 잘 들어야 세상 편하다. 마누라, 장모님, 내비게이션”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비게이션이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안내를 잘 받아도 고속도로 입출로나 터널 출구에서 헤매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내비게이션은 오차 범위가 5m나 되는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아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 내비를 들여다보다 오히려 길을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내비게이션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변신의 질주를 하고 있다.

자이로스코프 내장 터널속 씽씽
가속도계 결합해 지하길도 척척
자동차 앞유리창이 내비로 변신
HUD 반응속도 내비보다 2.5배 빨라
옆·뒤유리창은 터치스크린 활용

터널 속에서 먹통이 되던 내비게이션이 언제부턴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의 깊게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터널에 시속 30㎞로 진입했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 서 있는 경우 내비게이션에서 내 차의 위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터널 진입 때 속도를 기억해 그 속도로 계속 가는 것처럼 ‘눈속임’을 해주기 때문이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표지가 도로를 점프하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터널이 그리 길지 않아 문제가 안 되지만, 이미 몇㎞가 넘는 터널들이 건설되고 미래에 지하고속도가 등장하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위성신호가 없는 곳에서 내비게이션이 자동차의 위치와 속도, 지도를 일치시키는 데는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가 쓰인다. 자이로스코프는 팽이를 세개의 둥근 바퀴로 된 지지대 안에 넣어 어느 방향으로나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로, 이를 이용하면 항공기나 미사일, 자동차 등 운전체가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로봇청소기에 내장돼 무작위로 움직일 때보다 전력 소모를 4분의 1로 줄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사실 미국 정부가 위성항법장치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기 전의 내비게이션은 자이로스코프를 기반으로 했다. 내비게이션의 효시로 꼽히는 1981년 혼다의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는 필름 지도를 화면(디스플레이)에 끼우고 자이로스코프로 자동차 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자이로스코프로는 자동차의 회전하는 각도와 속도를 구할 수 있다. 자동차에 내장되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은 자동차의 속도계에서 속도 정보를 얻고, 자이로스코프로 방향을 측정해 위성 정보 없이 길을 안내할 수 있다. 최근 고급형 승용차 매립형 내비게이션에는 자이로스코프가 내장돼 있다. 외장형 내비게이션은 자동차 속도를 알기 위해 가속도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장치가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적용되기에는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항법 센서 개발업체인 ㈜마이크로인피니티의 정학용 대표는 “저렴한 가속도계로 속도를 측정할 때 오차가 작지 않다. 또 수시로 오차를 보정하는 위성 정보와 달리 오차가 계속 누적된다. 정밀하면서도 적절한 가격대의 센서가 개발돼야 범용 내비게이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인디지털과 아이나비 등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에다 높이까지 알 수 있는 고도계(압력센서)까지 내장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 등에서 제공받은 지하 주차장 지도가 들어 있어 운전자들은 지하에서도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운전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은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과 시간 등을 짜는 전략적 단계, 구체적으로 경로를 따라가며 좌우 회전을 하거나 차선을 바꾸고 앞지르기를 하는 등의 전술적 단계,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속도를 조절하거나 핸들을 돌리는 제어 단계 등 세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전략적 단계나 전술적 단계에는 도움이 되지만 제어 단계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운전자는 눈으로 보는 실세계와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통해 받은 부가정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두 정보를 정합하는 데 부하가 걸린다. 이런 부하를 없애기 위해 실세계와 내비게이션의 부가정보를 중첩해 운전자의 시야에 맞게 제공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보는 것을 믿게 하는’ 장치다. 경남대 연구팀이 운전자의 반응 시간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운행정보가 운전석 전방 유리면이나 그 앞쪽에 표출돼 운전자의 반응시간이 0.2초밖에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0.5초에 비해 2.5배 짧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업체들이 1990년대부터 관심을 가져왔지만, 아직은 차량 속도나 방향 지시 등 제한적인 정보가 7인치 정도 크기 화면에 제공되는 수준밖에 이르지 못했다. 국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콘티넨탈은 헤드업디스플레이 화면의 최소 사양으로 운전자의 7.5m 전방, 57인치 크기의 화면을 제시하고 있다.

베엠베·지엠·도요타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1988년 지엠이 처음 헤드업디스플레이를 자동차에 적용한 이래 꾸준히 생산을 늘려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 가운데서도 2012년 K9을 필두로 2013년형 에쿠스와 2014년형 제네시스에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적용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2012년 100만대를 넘어선 헤드업디스플레이 생산이 올해 300만대에 이어 2018년에는 대중차에도 탑재돼 600만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인지력과 판단력을 증대시켜주는 ‘증강현실’ 기술로 정착하려면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전방추돌 방지 시스템, 보행자 감지 시스템, 사각지역 감지 시스템, 나이트 비전 시스템(야간운전 때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도록 도와주는 카메라 영상) 등 첨단운전 지원 시스템(ADAS)이 나란히 발전해야 한다. 김경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운전지원연구실 실장은 “보행자 중에 주의해야 하는 보행자만을 선별해 위험표시를 해주는 등 수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려면 내장 컴퓨터 성능도 좋아야 하고 카메라 인식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칩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자동차 뒷좌석 유리창을 터치스크린으로 이용해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비친 바깥의 건물을 선택하면 건물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는 개념의 비디오를 제작해, 옆·뒤 유리창이 자동차 동승자의 인포테인먼트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예견하기도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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