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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주 최초의 별을 찾아라’…거대마젤란망원경 구축 첫 삽

등록 2015-11-12 16:02수정 2015-11-12 16:10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카네기재단 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등 3개국 10개 기관이 참여한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이 11일(현지시각) 오후 6시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쪽 600여㎞ 지점에 위치한 아타카마사막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기공식을 열고 있다. 사진 이근영 기자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카네기재단 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등 3개국 10개 기관이 참여한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이 11일(현지시각) 오후 6시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쪽 600여㎞ 지점에 위치한 아타카마사막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기공식을 열고 있다. 사진 이근영 기자
11일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기공식
한국천문연구원 등 4개국 11개 기관 참여
반사경 유효 직경 25.4m 세계 최대 망원경으로
빅뱅 초기 우주 관찰·태양계 바깥 외계행성 등 연구
2021년 초기 운영 시작…허블망원경보다 10배 선명
한국 등 국제 천문연구팀이 태초의 별빛을 찾기 위한 세계 최대 망원경 건설에 첫 삽을 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카네기재단 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브라질 상파울로연구재단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참여한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은 11일(현지시각) 오후 6시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쪽 600여㎞ 지점에 위치한 아타카마사막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기공식을 열었다. GMT는 반사경의 유효 직경이 25.4m에 이르는 세계 최대 망원경으로 빅뱅 초기의 우주 관찰과 태양계 바깥의 외계행성 탐색 등 연구에 쓰인다. 2021년께 초기 운영에 들어가 2020년 중반에 본격 관측에 들어가면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배 더 선명한 영상을 얻어 초기 우주의 생성 과정이나 암흑에너지의 정체 등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거대마젤란망원경 상상도
거대마젤란망원경 상상도

이날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마련된 축구장 3개 크기의 기공식 현장에는 망원경 터를 제공한 칠레의 미첼 바첼라트 대통령과 GMTO 임시총장인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패트릭 매카시 박사를 비롯해 GMTO 이사인 찰스 알콕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장 등 4개국 GMT 관계자와 취재진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GMTO 이사인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과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형목 한국천문학회 회장(서울대 교수), 박영득 천문연 선임본부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바첼라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많은 기공식에 참가해봤지만 대부분 빌딩, 교량, 시설 등을 건설하는 행사였다. 이번 기공식이 특별한 이유는 무한한 지식의 문을 여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칠레 국민을 대표해 GMT 연구사업에서 큰 성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매카시 임시총장은 “GMT가 완성되면 우리는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주는 빅뱅 이후 전자·양자·광자의 칵테일 속에서 38년 만에 광자 곧 빛이 빠져나오기 시작했으며 4억년께 별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GMT는 현재 우리의 관측 한계인 빅뱅 후 10억년 시기를 최초의 별이 탄생한 4억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대마젤란망원경 구조도
거대마젤란망원경 구조도

박병곤 단장은 “GMT는 현재 보현산천문대에 1.8m짜리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천문학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GMT 사업은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전체 1조원이 투자되는 대형 국제 프로젝트이다. GMT사업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미국 하버드대, 스미소니언 국립천문대, 카네기재단 천문대, 애니조나대, 텍사스 오스틴대, 텍사스 엔이앤엠(A&M)대, 시카고대, 호주천문재단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80%를 미국 기관들이 부담하고 한국과 호주가 각각 10%씩을 맡는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사업에 참여해 1천억원을 투자하며, 이에 따라 망원경이 완공된 뒤 해마다 한달간의 독점 사용권을 갖는다.

라스 캄파나스산 정상(해발 2550m)에 세워질 GMT는 직경 8.4m의 주경 7개와 1.06m의 부경 7개을 연결해 제작된다. 주경 6개를 구멍이 뚫린 나머지 주경 1개를 둘러싼 꽃잎모양으로 배치된다. 빛을 들어오는 방향으로 반사하는 ‘정축’이 아니라 위쪽의 부경 쪽으로 꺾어 반사하도록 ‘비축’으로 돼 있다. 주경에서 반사된 빛은 부경에서 다시 비축으로 반사돼 가운데 주경의 중앙에 뚫린 구멍으로 모아진다. 이 빛을 분석해 우주를 탐사하는 것이 GMT의 목적이다. 완성된 망원경의 직경은 25.4m, 높이는 35m, 무게는 1100t에 이른다. 망원경을 둘러싸고 있는 원통형 돔은 그 너비가 55m, 높이가 50m에 달해 22층 건물과 맞먹는다.

1장의 무게가 17t인 주경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있는 애리조나대 스튜어트천문대의 리처드 F. 캐리스 미러랩에서 제작하고 있다. 거울 형체를 제작하는 데만 1년이 걸리고, 거울 표면을 정밀하게 연마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다시 3년이 걸린다. 박병곤 단장은 “거울 표면의 정밀도는 1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다. 머리카락 두께의 1000분의 1 정밀로도 가공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제주도 한라산을 깎아 편평하게 만드는데 높이 차가 1㎜ 이내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GMTO는 2021년까지 4개의 주경을 완성해 초기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012년에 주경 1개를 완성했으며, 현재 3개의 주경이 순차적으로 제작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GMTO와 부경을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한국천문연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고등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이 지난해 부경 샘플을 만들었으며, GMTO는 이를 프로토타입으로 삼기로 했다.

세계천문학계가 GMT 건설에 나서는 이유는 좀더 선명한 우주 영상을 얻어 초기 우주 모습이나 우주를 가속팽창시키고 있능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우주의 팽창, 초신성 등 숱한 우주의 비밀을 알려준 허블망원경의 지름은 2.4m이다. GMT는 허블망원경에 비해 집광력은 100배, 분해능은 10배다. GMT의 ‘시력’은 허블에 비해 1000배 높은 셈이다. 달에 켜진 촛불 하나를 볼 수 있고, 400㎞ 밖에 있는 동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지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인 미국 하와이의 켁(Keck)망원경도 지름이 10m에 불과하다. 하와이에 직경 1.5m짜리 거울을 500개 붙여 만드는 TMT(Thirty Meter Telescope)가 완성되면 직경은 30m로 GMT보다 크지만, 분광력이 떨어져 심우주를 관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허블망원경이 지금까지 찍은 영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우주는 약 130억년 전의 것이다. GMT는 이 ‘허블 울트라 디프 필드’(HUDP) 이전 곧 빅뱅 뒤 4억~10억년 사이의 우주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천문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칠레)/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GMT, 어둠에 가려진 우주를 보여줄 것”

박병곤 천문연 단장 인터뷰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 사진 이근영 기자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 사진 이근영 기자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11일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열린 GMT 기공식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단장은 “25m급 천체망원경은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 사용해 온 망원경 중 가장 큰 것으로 좀더 멀리 있는 천체를 자세하고 선명하게 관측하게 된다”며 “인간이 우주를 볼 수 있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0년 대 중반 GMT가 완공되면 천문 최초의 별 탄생, 행성 형성 과정, 암흑물질 등 7가지 주요 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며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 등을 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낙후된 국내 천문 장비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등 국내 천문연구 수준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박 단장은 “국내 천문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자체 보유한 망원경이 1.8m 불과해 관측 장비는 세계 수준에 못 미쳤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세계 최대 규모의 관측장비를 보유한 효과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GMT재단으로부터 GMT에 사용될 부경을 한국 주도로 개잘하는 데 합의한 만큼 국내 망원경 제작 기술의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이름이 붙는 행성을 발견하고 싶다는 그는 우주의 기원을 찾아가는 천문학자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응원도 부탁했다.

박 단장은 “인류의 탄생을 넘어 우주가 처음 시작된 시점을 보고자 하는 인류의 호기심을 해결하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며 “최초의 별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국내는 물론 해외 천문학자들의 노력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GMT 사업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기존에는 10m 크기의 천체망원경이 가장 컸다. 25m 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능력을 뜻하는 집광력이 6배 가량 늘어난다. 많을 빛을 모을 수 있어 어두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또 허블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한계를 넓히게 된다.”

-GMT 추진 과정은?

“GMT 기획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어떤 방식의 망원경을 어떻게 만들어 사용할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주경 7개와 부경으로 구성된 망원경을 만들기로 했다. 망원경의 핵심이 주경의 크기가 8.4m인데 한 번도 이 정도 크기의 반사경을 만든 적이 없다. 때문에 2005년 처음 제작이 시작된 첫번째 주경을 7년 만에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이후 주경 제작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오는 2021년 주경 4개를 모아 우선 관측을 시작하고 2020년 중반 쯤 완공해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공식을 이 시점에 하는 이유는?

“GMT는 그동안 인간이 만든 망원경 중 가장 크다. 한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장치라는 뜻으로 망원경의 제작 원리나 스펙 등을 정하고 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했다. 이로 인해 GMT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과정인 주경은 미리 제작을 시작했고 이제 드디어 망원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확신이 생겨 건설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여러 대형 망원경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30m급 TMT와 유럽천문연맹 가입국(ESO)이 추진하는 39.3m EELT 등이 있다. GMT와 달리 육각거울을 만들어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조각을 이어붙이기 때문에 크기를 무한히 늘릴 수 있지만 조각거울이 많아지면 상의 질이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 완공시기도 GMT가 가장 빠를 것이다.”

-허블망원경의 후속모델도 제작 중이라던데.

“망원경을 우주에 설치하는 이유는 중적외선이나 원적외선 같은 천체 전자파가 지구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우주 망원경으로 천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허블 망원경의 후속 모델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여전히 우주망원경으로서의 이점이 있지만 그동안 기술 발전으로 GMT도 중적외선 관측이 가능해졌다. 각 망원경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가며 우주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1.8m로, 천문학 연구 수준에 비해 낙후된 장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자체 기술을 활용한 독자개발은 어렵다고 판단했고 파트너를 찾던 중 지난 2007년 GMT재단에서 제안을 해와 참여하게 됐다.”

-국내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GMT재단과 GMT에 사용되는 부경 제작을 한국이 주도하는 데 합의했다. 국제 경쟁 입찰을 통해 제작하려던 기존 계획을 변경시킨 것이다. 그동안 1m짜리 반사경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부경 제작을 주도하면서 반사경 제작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국내 부족한 관측장비를 이용해 천문 연구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국내 천문 연구자들은 부족한 장비에 비해 연구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다. GMT를 이용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데 국내 연구자들이 기여하게 될 것이다.“

-국내 연구자의 GMT 활용방안은.

“GMT를 활용한 연구는 이미 설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GMT재단은 최초의 별 탄생, 행성 형성 과정, 암흑물질 등 7가지를 주요 연구 방향으로 정해 놨다. 우리나라도 이 틀에서 국내 연구 환경에 맞는 과제를 설정했다. 국내 천문학자들이 갖고 있는 연구 분야 중 GMT 에 걸맞는 연구를 총망라한 과학 백서를 만들었다. 2~3년마다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GMT 참여로 1년 중 1달 간 GMT로 관측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국내 대학원생 등 미래 천문연자들에게 공부할 재료들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게 된다.”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GMT는 인류가 한번도 보지 못한 영상을 제공하게 되고 상상하지 못한 연구 주제가 나올 수 있다. 천문학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생명과 우주의 탄생 등과 같은 인류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최초의 별을 보기 위한 천문학자들의 도전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라스 콤파나스 천문대(칠레)/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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