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과 유방암을 함께 가지고 있는 실험쥐에 암 진단용 나노캡슐들을 주사하자 대장암 세포는 녹색, 유방암 세포는 파란색 형광을 내는 것이 관찰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미 연구팀, 나노캡슐 개발
신체 주입뒤 24시간내 알수있어
신체 주입뒤 24시간내 알수있어
한·미 공동연구진이 한번의 주사로 유방암과 대장암 2가지 암을 단시간에 동시 진단할 수 있는 나노캡슐을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기초지원연)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11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예일대 공동연구팀과 함께 특정 빛을 받으면 형광을 내는 특수 물질에 암세포를 탐지하는 탐침을 붙여 만든 암 진단용 나노캡슐을 생체에 집어넣어 2가지 암을 24시간 안에 동시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권오석 생명연 전임연구원과 송현석 기초지원연 선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에이시에스 나노>(ACS Nano) 7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일반적인 형광물질은 받은 에너지보다 낮은 에너지의 빛을 내는데, 연구팀은 받은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나노사이즈로 만든 뒤 유리계열의 실리카로 감싸 인체에 무해한 캡슐을 만들었다. 이 유기물질은 구조에 따라 녹색과 파란색 두 가지 빛을 낸다. 두 종류의 캡슐에는 각각 유방암과 대장암을 찾아내는 항체 펩타이드를 붙였다. 연구팀이 유방암과 대장암에 걸린 실험쥐 꼬리에 주사로 이 나노캡슐을 주입하자 1시간 만에 캡슐들이 암세포 주변에 몰려들었다. 긴 파장의 붉은색 레이저(낮은 에너지)를 쬐면서 특수 필터 안경을 쓰고 보니 나노캡슐에서 파란색(유방암)과 녹색(대장암)의 빛이 나오는 것이 관찰됐다. 붉은색 레이저를 쬐면 장기 깊숙이 도달하면서도 전달하는 에너지가 적어 피부 손상 등이 일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권오석 전임연구원은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기존 암진단 장비는 전문가가 촬영 화면을 해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나노캡슐 방식은 암의 존재 여부를 맨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노캡슐 표면에 그래핀으로 감싼 치료제를 부착한 뒤 암세포가 발견되면 적외선을 쬐어 그래핀을 녹여 치료제를 방출하는 새로운 진단·치료 기술(테라그노시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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