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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여성 운전경력 많을수록, 남성 적을수록 난폭운전

등록 2016-02-21 19:01수정 2016-02-21 20:55

2015년 3월11일 오전 인천 영종대교에서 100여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나 사망 2명을 비롯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영종대교는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영종대교/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2015년 3월11일 오전 인천 영종대교에서 100여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나 사망 2명을 비롯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영종대교는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영종대교/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도로 위 운전심리학
2014년에 발생한 교통사고 113만여건 가운데 남성 운전자가 일으킨 경우는 71%로 여성 운전자 29%에 비해 2배가 넘는다. 경찰이 분류하는 교통사고 제1당사자(과실이 많은 운전자) 기준으로는 남성이 81.1%, 여성이 18.9%로 격차가 훨씬 벌어진다. 사고 내용에서도 남녀 차이가 있다. 심각도가 큰 사망 및 중상 사고의 경우 남성 운전자는 각각 0.6%, 14.8%인 데 비해 여성은 0.2%, 12.0%다.

교통사고의 90% 이상은 운전자의 위험 운전행동에 의해 발생한다. 금기정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운전경력 6개월 이상인 남녀 운전자 547명을 대상으로 난폭운전과 부주의운전 여부를 조사해보니, 운전경력이 적은 남성 운전자들이 난폭운전에 의한 위반과 사고가 가장 많은 그룹으로 분류됐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 운전자는 경력이 많을수록 난폭운전 지수가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흡연·운동 습관도 영향 미쳐

연구팀이 심리적·습관적·기술적 관점에서 난폭운전을 하게 되는 요인을 분석해보니, 안전하게 운전하려는 동기가 낮을수록 또 자신의 운전기술이 능숙하다고 생각할수록 난폭운전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전기술 자각 여부가 난폭운전에 끼치는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이 컸다. 고려대 연구팀이 자가운전자 1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여성 운전자의 경우 자신의 운전능력이 남성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여성보다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동차업체가 진행하는 여성 운전자 대상 자동차 정비 교육 참가자들이 강사한테서 스노체인 장착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 자동차업체가 진행하는 여성 운전자 대상 자동차 정비 교육 참가자들이 강사한테서 스노체인 장착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4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2만4043건으로 전년보다는 9.6%가 줄었지만 전체 사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로 여전히 높다. 중앙대 연구팀이 음주운전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술을 마신 뒤에도 운전을 하는 요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 술이 깼을 것이다”, “몇 잔 안 마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생각하는 음주량과 시간은 주관적인 것으로 실제 알코올 섭취량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음주운전 경험자들은 단속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음주량을 소주는 평균 4.65잔, 맥주는 2.88잔이라고 답변했지만, 실제로 단속 한계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해당하는 술의 양은 소주는 2잔, 맥주는 1.5잔이다.

음주운전자들은 술을 마시고도 운전하는 또 다른 이유로 다음날 이동 때의 불편함을 들었다. 연구팀은 음주운전자들이 반드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사고나 단속보다는 차를 안 가지고 갔을 때 확실하게 경험하게 되는 불편함을 더 고려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로교통공단 연구팀이 음주운전 단속 전력자에게 “음주운전은 범죄이다”(죄의식), “내가 음주단속에 걸린 것을 가족이나 친구가 알면 당혹스러울 것이다”(곤혹감) 등의 설문조사를 해보니 음주운전 전력자들은 무전력자보다 방어기제가 강하고 죄의식이나 곤혹감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회 이상 단속을 받은 운전자들은 “동승자가 괜찮다고 해 운전을 하다 단속됐다”는 등의 ‘투사’(남 탓) 항목 값이 1회 전력자에 비해 두 배 높게 나왔다.

이기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음주운전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다른 교통법규 위반으로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 비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향이 있어 실제 분석을 해보니, 흡연습관과 운동습관이 다른 요인들에 못지않게 음주운전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대와 공주대 공동연구팀이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교차로에서의 연령대별 운전행동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해본 결과, 운전자 연령과 도로 유형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로에서는 직선로에서보다 사고가 2배 정도 많이 일어난다. 특히 좌회전하는 경우 운전자들이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가장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교차로 사고, 직선로보다 2배

T자형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를 보면, 교차로로 진입하는 속도는 20~30대 젊은층과 40~50대 중년층이 60~70대 고령층보다 빠른 데 비해 교차로 통과 시간은 중년층과 고령층이 비슷했다. 또 젊은층과 고령층은 교차로에 진입하기 이전보다 교차로 통과 때 심박률이 높아진 반면 중년층은 심박률이 오히려 낮아졌다. 연구팀은 “중년층이 교차로에 진입할 때는 운전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빨리 진입했다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에 비해 빠르게 진입했다는 것을 깨닫고 속도를 늦추면서 심박률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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