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환자가 서클렌즈를 착용하다 부작용이 생겨 안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우리나라 사람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안경사협회가 지난해 전국 19살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48.5%가 안경을 쓰고 있으며 6.1%가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모두 사용하고 1%는 콘택트렌즈만 착용한다고 답변했다. 시력교정장치 사용자가 55.6%에 이른다. 10년 전인 2005년 45.7%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대구가톨릭대 안경광학과 추병선 교수 연구팀이 2010~2013년 전국 안경원을 대상으로 콘택트렌즈 처방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75%는 여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균 나이가 2010년 26.2살에서 2013년에는 24.8살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세계 평균 나이가 31살인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여성의 콘택트렌즈 착용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색깔도 넣어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과 학생이 주로 찾아 콘택트렌즈 착용자 중
미용용이 시력교정용보다 많아 첫 착용 시기 중1 47%, 초등 21%
3명 중 1명이 친구들과 돌려 써
유행성 눈병 원인 되기도 산소투과도 떨어져 충혈 잦고
착색 화학염료 녹아나오기도
오래되면 영구 혼탁이나 시력장애 애초엔 ‘의료 보조도구’로 쓰여
이런 현상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용용 컬러콘택트렌즈 착용률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용렌즈의 주요 고객층은 젊은 여성과 학생이다. 안경사협회 조사에서 콘택트렌즈 착용자 중 미용렌즈 착용자는 42.8%로, 일반적인 시력교정용 렌즈(41.0%)나 난시교정용 렌즈(16.2%) 착용자보다 많았다. 추 교수팀 조사에서 전체 콘택트렌즈 가운데 미용렌즈 처방률은 29%로 집계됐다. 세계 평균 7%에 비해 4배나 높은 것이다.
미용렌즈는 동공 부분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홍채를 가리는 부분에 염료를 넣어 ‘서클렌즈’로도 불리는데, 눈이 커 보이고 색깔을 바꿀 수 있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다. 애초 홍채에 손상이 생긴 환자에게 상처를 가리기 위한 ‘의료 보조도구’로 제공됐으나 최근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양의 젊은층에서 ‘패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미용렌즈를 올바르게 착용하고 관리하는 데는 소홀해 각막염 등 안질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서울대병원 안과학교실이 대한안과학회에 보고한 미용렌즈 합병증 사례를 보면, 3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미용렌즈를 착용해온 한 15살 여학생은 이전에 눈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데 시력이 크게 떨어져 맨눈은 오른쪽 0.1, 왼쪽 0.02, 교정시력은 오른쪽이 0.2, 왼쪽은 교정 불가능 상태였다. 이 학생은 2년에 걸쳐 각종 수술을 받아 오른쪽은 0.8까지 회복됐으나 왼쪽은 0.1~0.2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안과학교실이 2012년 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년7개월 동안 콘택트렌즈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97명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미용렌즈를 착용한 49명이나 일반렌즈를 낀 43명 모두 각막 등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반렌즈를 낀 사람은 끝까지 치료를 받는 데 비해 미용렌즈 착용자는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눈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어린 여학생들의 미용렌즈 오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여주대 안경광학과 이혜정 교수 연구팀이 2013년 안경점에서 콘택트렌즈를 구입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용렌즈를 처음 착용한 시기가 중학교 1학년이라고 답변한 학생이 149명(47.2%)으로 가장 많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사용했다는 학생도 68명(21.5%)이나 됐다. 더욱이 3명 중 1명(32.3%)은 미용렌즈를 친구들과 돌려가며 썼다고 응답했다.
건성안인 경우 각막 크게 다칠 수도
최재완 안과병원 원장은 “미용렌즈는 산소투과도가 떨어져 각막에 비정상적인 혈관들이 자라 충혈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만성적 상태가 지속되면 각막염으로 발전해 영구적 혼탁이나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다. 렌즈 돌려쓰기는 바이러스성 결막염이나 유행성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김소라·박미정 교수 연구팀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용렌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건성안인 사람이 미용렌즈를 착용했을 때 정상안인 사람보다 불편감이나 눈깜박임(순목) 횟수가 증가하고 특히 눈물막 파괴 시간이 줄어들어 눈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라 교수는 “눈물 분비가 정상적이지 않은 건성안의 경우 미용렌즈가 각막에 달라붙어 렌즈를 뺄 때 각막상피가 벗겨질 수 있다. 상피는 일주일이면 재생된다. 하지만 5개 층으로 이뤄진 각막은 두께가 0.5㎜밖에 안 될 정도로 얇아 상피 이외의 층까지 떨어져 나가기 쉽고 이럴 경우 회복이 오래 걸리거나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보관용기 소독·교체 잘 안 해
백석대 안경광학과 연구팀이 2013년 경기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니, 4명 중 1명(25.5%)은 콘택트렌즈 보관용기를 소독하지 않고 있으며, 절반(51.5%)은 보관용기를 교체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기대 연구팀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미용렌즈 7개를 실험해보니 5개 제품에서 염료가 묻어나왔다. 김소라 교수는 “착색제 가운데 눈에 자극을 주는 것이 있는데 많은 제품에서 염료가 묻어났다”고 말했다. 4개 제품 제조사들은 아예 염료 성분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최재완 원장은 “염료는 화학물질이어서 화학성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시판되는 미용렌즈는 초기 제품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일부 저가 제품은 질이 떨어져 염료가 녹아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젊은 여성과 학생이 주로 찾아 콘택트렌즈 착용자 중
미용용이 시력교정용보다 많아 첫 착용 시기 중1 47%, 초등 21%
3명 중 1명이 친구들과 돌려 써
유행성 눈병 원인 되기도 산소투과도 떨어져 충혈 잦고
착색 화학염료 녹아나오기도
오래되면 영구 혼탁이나 시력장애 애초엔 ‘의료 보조도구’로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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