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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위폐 초상화 수염 만져보면 ‘딱’, 신사임당은 머리

등록 2016-04-03 18:58수정 2016-04-03 20:01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최근 도입한 최첨단 위조지폐 감별기로 5만원권 지폐의 위조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최근 도입한 최첨단 위조지폐 감별기로 5만원권 지폐의 위조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화폐에 숨겨진 과학
1687년 만유인력 법칙을 서술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른바 프린키피아)를 출판해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유명해진 아이작 뉴턴은 1696년 조폐국 감사로 ‘발탁’됐다. 당시는 손으로 만든 옛 주화와 기계로 만든 새 주화가 함께 쓰이던 때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새 화폐가 사라지면서 경제위기가 닥쳤고 화폐 위조범들이 판을 쳤다. 뉴턴은 윌리엄 챌로너라는 희대의 위조화폐 제조범과 4년에 걸친 싸움 끝에 그의 범죄를 입증해 교수형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래 대형 위조화폐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가짜 돈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신고된 위조지폐는 3031장(1억824만원)으로 2014년 3907장보다 22.4%가 줄었다. 유통 은행권 100만장당 위조지폐 발견 장수는 0.7장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영국은 100만장당 위조지폐 발견 장수가 128.5장에 이르고 유로존은 47.6장, 캐나다는 29.6장이다.

근대과학자 뉴턴 한때 조폐국 감사
희대의 위폐범 4년만에 교수대로

지난해 한국 가짜 돈 3031장 적발
지구촌 전체 2500조원 추정

위변조 막으려 갖가지 장치
은화·요판·미세문자·형광그림…

맨눈·맨손으로 가려낼 수도 있지만
자외선 등 특수기기 써야 할 때도

위조지폐는 진폐와 달리 독한 냄새

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발견된 위조 외국화폐도 1734장(3억여원)에 이른다. 이호중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전체 외화 위폐 발견 건수 가운데 우리 은행에서 찾아낸 것이 80% 정도이다. 우리 은행의 전체 외화 취급 비중이 4분의 1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시중에 유통되면서 발견되지 않은 위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는 2500조여원의 위조지폐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폐에는 수많은 위변조 방지 장치가 들어 있다. 260여개국 화폐를 감별해온 배원준 신한은행 외환사업부 차장(세계화폐연구소장)은 “빛에 비추면 보이는 숨은 그림(은화), 기울여야 그림이나 문자가 보이는 요판잠상, 만지면 오톨도톨한 요판인쇄, 확대경으로 보아야 하는 미세문자, 자외선을 비추면 보이는 형광그림, 빛을 비추면 보이는 숨은 선(은선) 등은 거의 모든 화폐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위조방지 장치들”이라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지폐 제작 과정에 맨 먼저 목화(솜) 섬유를 잘라 만든 액체 펄프로 종이를 뜰 때 숨은 그림이나 선을 넣는다. 빛에 비춰야 보이는 은화는 잉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종이의 밀도를 달리해 만든다. 다음엔 종이를 잘라 앞뒷면을 맞춰 동시에 디자인 인쇄를 하고, 홀로그램을 붙인 뒤 뒷면에 액면숫자를 색변환잉크로 인쇄한다. 마지막으로 인물과 글자 부분을 오톨도톨하게 요판인쇄를 하고 지폐에 고유 번호를 넣는다.

지폐를 제작하면서 넣은 위조방지 장치를 통해 위조지폐를 찾는 데는 시각·촉각·청각·후각 등이 총동원된다. 우리나라 5만원권에는 기울이면 4가지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 홀로그램과 아래위나 옆으로 움직이면 그림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체형 노출 은선이 들어 있어 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또 양옆 중앙에 다섯 줄로 된 무늬는 오톨도톨하게 인쇄돼 있어 어두운 곳에서 만져만 보아도 진폐 여부를 식별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1천원·5천원·1만원권 인물 초상화에서 수염 부분이 오톨도톨하게 인쇄돼 있다. 신사임당 초상을 사용한 5만원권에서는 머리 부분이 요판인쇄돼 있다. 몇몇 나라를 빼고는 지폐는 목화(솜)에 마를 섞어 만든 종이로 만들어져, 구기거나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일반 종이보다 경쾌한 소리가 난다. 냄새를 맡아보면 컬러복사기나 화학약품을 사용한 위조화폐는 진폐와 달리 독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일부 장치는 자외선이나 적외선 검출기, 분광기 등 특수 기기를 써야만 알 수 있다. 지폐에는 맨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자성잉크나 자외선 형광으로 쓴 문자나 무늬가 숨겨져 있다. 은행과 거리에 설치돼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은행 창구에서 직원들이 돈을 셀 때 쓰는 계수기에 설치된 위폐 감별 장치는 대부분은 자외선을 쬐거나 자기장을 이용해 위폐를 찾아낸다. 요즘에는 위폐 판별기 기술도 크게 발달해 대부분의 은행 창구에서 사용하는 계수기로도 6개국 화폐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에도 감정 기능

홍준희 충남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화폐에는 홀로그램 등 광학적인 위조방지 기술이 많이 적용돼 있다. 가격이 높은 자외선이나 적외선 판별기 대신에 가시광선을 쬐었을 때 반사량의 차이로 감별하는 간단한 장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처리 기술을 이용한 저비용의 위조화폐 자동판별 장치를 연구한 박태형 충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카메라나 컴퓨터 부품, 메모리는 갈수록 싸지지만 조명장치를 저비용으로 구축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홀로그램 등을 자동으로 감별하려면 특정 파역대의 빛이 필요해 정밀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에 설치된 주화계수기에도 위조 동전을 가려내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계수기에 장착된 포토센서는 동전을 일렬로 세워 통과시키면서 빛을 쬐어 숫자를 센다. 하지만 금속이 아닌 경우를 가리지 못할뿐더러 얼마짜리 동전인지,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알 수 없다. 금액 구별은 근접센서에서 이뤄진다. 계수기의 근접센서는 금속에 전류를 흘려 전류량에 따라 100원짜리인지, 10원짜리인지를 가린다. 이때 위조 주화도 걸러진다. 위조범이 전류량까지 계산해 가짜 동전을 만들면 소용없겠지만 동전은 타산이 맞지 않아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10원짜리 동전 1개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35원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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