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지진 영향으로 1~5년 사이에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규모가 5.5 이상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됐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일 “구마모토지진의 여파로 우리나라에서 1~5년 사이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 지질 여건상 규모가 5.5 이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 센터장은 “중국 대륙의 탄루단층 바깥 쪽이나 일본 동쪽 바다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한반도와 상관이 없지만, 이들 지역 안쪽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마모토지진은 한해 8~10㎝씩 움직이는 태평양판에 의해 생긴 응력 때문에 일어난 것이어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5년 3월2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한 지 1년9개월 뒤인 2007년 1월20일 규모 4.8의 오대산 지진이 일어났다. 또 중국 탄루단층 상에서 1975년 2월4일 랴오닝성 하이청 지진(규모 7.3)과 1976년 7월28일 당산지진(7.8)이 발생한 지 2~3년 뒤인 1978년 9월16일에는 속리산에서 규모 5.2의 지진, 10월7일 홍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 센터장은 “그러나 우리나라 단층은 길이가 몇 ㎞에 불과해 규모 5.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적다. 규모 5 안팎의 지진이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큰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연의 일은 아무도 예견할 수 없어 내진 설계 규정대로 건축하고 기존 건물들을 철저히 점검하는 일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 센터장은 일본 구마모토 인근에서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뒤 지질학자들은 큰 지진이 바다쪽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내륙의 중앙구조선 위에서 발생했다. 또 애초 예상과 달리 규모 6.4의 선행 지진이 위쪽 단층을 건드려 더 큰 지진이 발생했지만 더이상 큰 지진이 재발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지 센터장은 “그러나 필리핀판이 밀고 있는 일본 동남쪽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 센터장은 “백두산 화산 폭발이 1만~2만5천년 주기로 일어났던 것에 비춰 가까운 시일 안에 마그마 분출이 발생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백두산 폭발의 경우 가장 최근으로는 기원전 946년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지금까지 2~3차례의 작은 폭발이 있었지만 모두 가스만 나오는 화산성 지진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지 센터장은 말했다. 인공 폭발에 의해 백두산 화산 폭발이 일어나려면 천지 아래 마그마가 꽉 찬 상태에서 규모 7 정도의 지진을 일으키는 폭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천지 아래는 현재 비어 있는 상태로 마그마가 조금씩 채워지는 단계이다. 지 센터장은 “규모 7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려면 폭약(TNT)을 지난 3차 핵실험 때보다 200배 이상 많은 1~2메가톤을 터뜨려야 하는데 북한이 주변의 초토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정도 규모의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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