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심의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신규 건설 계획안이 “원전은 인구중심지로부터 30㎞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은 9일 성명을 발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신규 건설 예정 터가 원안위가 고시로 준용하고 있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구밀집지역 위치 제한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지난달 26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안건에 대해 처음 심의에 들어갔으며 이날 두번째 심의를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안위가 ‘원자로 시설 등의 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원자로 시설은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원자로 시설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규정을 준용한다고 해놓았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한 기당 인구중심지로부터 24.6~28.5㎞ 가량 거리가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규정은 원자로 설비 용량에 따라 안전거리를 제시해놓았는데, 1200메가와트(Mwt)는 인구중심지까지의 거리가 24.6㎞, 1500메가와트는 28.5㎞로 예시돼 있다. 이는 열출력 기준으로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3,983메가와트(전기출력 환산 1400메가와트)의 설비용량으로 설계돼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원전의 입지 선정에서 인구중심지와의 거리가 중요한 이유는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원전 사고로 인해 방출되는 방사성물질 피폭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규정은 인구중심지를 2만5천명으로 정하고 있는데, 신고리 5·6호기 예정 터에서 11㎞ 떨어진 기장군 정관읍 정관신도시에는 7만명, 12㎞ 떨어진 기장읍에는 5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 19만명의 양산시도 24㎞ 거리로 안전거리에서 안쪽에 있다. 또 원전 예정 터는 42만명이 살고 있는 부산시 해운대구 중심지에서는 21㎞, 110만명 인구의 울산시는 시청에서 거리가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규정은 여러 원자로가 밀집돼 있을 경우 동시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인구중심지로부터 거리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명시해 놓아 신고리 5·6호기 예정 터 기준으로는 안전지대를 벗어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수가 훨씬 많아진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 위치에 관한 기준에 맞게 평가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원자로의 방사성물질량, 사고 시나리오, 방사성물질 방출률, 대기확산인자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근영 기자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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