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보여 박사가 만든 3D프린터(왼쪽)를 이용해 최초로 만든 ‘자녀' 3D프린터(오른쪽). ‘자녀' 3D프린터는 2008년 5월29일 영국 바스대에서 최초로 ‘손주' 3D프린터 제작에 성공했다. 사진 에이드리언 보여 박사 제공.
3D프린터 대중화 개척자 에이드리언 보여 인터뷰
뭐든지 100%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의 특징은 세상을 완전히 바꿨다. 음악이나 그림을 즐기기도 쉬워졌고 스스로 창조자가 되어 배포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의 물건을 100%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3D프린터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3D프린터로 3D프린터를 만드는 방법을 대중에 알리며 ‘인류 최초의 자가복제기계’의 제작자로 불리는 영국의 에이드리언 보여 박사(전 영국 바스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모두가 각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두가 부유해지는 것”이라며 3D프린터가 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3일 내다봤다. <한겨레> 기자는 에이드리언 보여의 렙랩(RepRap) 프로젝트가 공개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3D프린터로 3D프린터를 만드는 작업을 시도했고, 15만원으로 16~17시간을 들여 완성할 수 있었다.
에이드리언 보여는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진행한 인터뷰에서 ‘돈으로 생산수단을 얻어낼 수 있는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팔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력뿐인 빈자는 더욱 가난해진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했다.
“그의 말은 옳았어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자가복제가 가능한 생산기계를 얻게 된다면 어떨까요? 당신은 그 생산기계를 또 하나 만들어 친구에게 줄 수 있습니다.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는 길입니다.”
그가 만든 자가복제기계 프로젝트인 렙랩은 2007년 ‘다윈’이란 이름의 3D프린터의 설계도를 온라인에 전부 공개했다. 그러자 이를 보고 따라 만든 10만~20만건에 이르는 수많은 ‘변이' 모델들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델이 ‘자연선택' 되며 더 좋은 성능을 갖춘 3D프린터로 진화했다.
여기에 3D프린터 전문 대기업인 스트라타시스가 독점적으로 보유했던 원료압출식(ME) 3D프린팅 방식의 특허권이 2009년 만료됐고 공개된 설계도를 이용한 개인용 3D프린터가 상품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용 3D프린터 업체인 미국의 ‘메이커봇'이 대표적이다. 값싼 개인용 프린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며, 메이커봇의 창업자인 브리 페티스는 차세대 ‘스티브 잡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보여는 “렙랩 이전엔 4만달러(4600만원)에 이르던 3D프린터가 (메이커봇 등이 나오며) 400달러(46만원)로 가격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생산기계의 대중화는 부의 균등분배를 이끈다. 보여는 “부(wealth)는 돈이 아니라 물건(stuff)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는 게 보여의 생각이다. 그는 “만약 모두가 스스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사실상 더 부유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3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개인용 컴퓨터(PC)가 누구나 음악을 작곡하고 책을 만들게 하는 등 디지털 세계에서 부의 균등분배를 이끌었다면, 3D프린터는 현실 세계에서 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보여는 “과거 사람들은 공장에서 포디즘 방식으로 생산된 음악 시디(CD)를 구입했지만, 지금의 10대들은 시디를 사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제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음악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3D프린터가 불러올 10년 뒤의 미래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에 대해 예측하는 미래는 틀린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그가 풀어낸 상상은 자못 흥미로웠다.
“온라인에 접속해 빗을 사거나 모바일 폰을 구입하는 일이 구식이 될 수도 있어요. 특정 마을 안의 10가구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개인용 3D프린터로 가족들이 몇 주 동안 사용할 새로운 전기차를 직접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에이드리언 보여 제공
다음은 에이드리언 보여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
-당신은 3D프린터 제작을 위한 모든 소스코드를 렙랩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렙랩의 목표는 유용한 자가복제 제조 기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3D 프린팅은 사실 그 목표의 일부일 뿐이지요. 3D 프린팅을 선택한 이유는 이 기술이 제조 기술 중 가장 다재다능해서 자가복제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어떤 공작기계(milling machine)를 자가복제용으로 쓰는 게 더 쉽다면 나는 그것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RepRap을 자가복제 프로젝트로 활용하려 할 때 내게는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나는 특허 같은 것으로 보호하려 했을 수도 있고, 오픈소스로 모든 것을 공개해서 모두가 공짜로 쓸 수 있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특허를 낸다면, 사람들이 그 제품을 자가복제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겠죠. 그래서 나는 오픈소스로 열었습니다.”
-2009년 ‘멘델’이라는 이름의 3D 프린터의 소스코드가 공개된 이후 엄청나게 많은 자가복제가 이뤄졌습니다. 당신은 이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비록 자가복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아무도(물론 저조차도) 모르지만, (자가복제가) 꽤나 잘 이뤄진 듯 합니다. 대략 10만에서 20만개에 달하는 자가복제 기계가 만들어진 것으로 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렙랩은 또한 저비용 3D 프린터 혁명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가복제를 하지 않는’ 3D 프린터(첫 번째 버전이 ‘메이커봇’)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렙랩이 생기면서 여러분은 3D 프린터를 400달러 정도에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RepRap 생기기 전에는 적어도 4만달러를 써야 했지요.”
-렙랩을 이용해 3D 프린터를 만드는 일이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몇몇 사람들은 렙랩을 이용해 3D 프린터를 만들어서 특허를 받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메이커봇 같은 회사를 차리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런 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런 특허는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모두가 그런 특허는 무시할 겁니다. 렙랩으로부터 얻은 소스코드는 특허권자가 뭐라하든 합법적으로 복제할 수 있습니다. 만약 렙랩이 어떤 특허보다 앞서 있다면 그런 특허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겁니다.”
-3D프린터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많은 영감을 줍니다. 예컨대 저는 3D프린터를 이용해 펜을 만들면서 포디즘과 포스트 포디즘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한 3D프린터 제작 과정은 기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3D프린터를 자가복제하면서 당신은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바라고 있습니다. ‘돈으로 생산수단을 얻어낼 수 있는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팔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력 뿐인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진다’는 칼 마르크스의 말은 옳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혁신’에 의해 가난한 사람들이 생산수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정말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간 역사를 볼 때 최악의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그 아이디어로 인해 수백만명이 죽고 커다란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생산을 위한 자가복제 수단을 얻게 된다면 어떨까요? 당신은 그 생산기계를 또 하나 만들어 친구에게 줄 수 있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고,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는 길입니다.”
-렙랩위키에 올라온 프로젝트 중 (1)가장 쉽게 따라할 만한 프로젝트 (2)작동 방식 면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프로젝트 (3)당신이 복제하길 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천해주신다면?
“렙랩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으로써 내가 추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참고할 만한 글은 있습니다. http://forums.reprap.org/read.php?1,355298”
-사람들은 렙랩이 3D프린터와 신속조형(RP) 개발의 역사에서 중대한 터닝포인트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이 점에 동의한다면 이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제가 스스로 제 작업에 대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뻔뻔스러운 듯도 합니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렙랩은 저렴한 비용의 3D 프린터 혁명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예컨대 콘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3D 프린터 생산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면, 3D 프린팅 테크놀로지는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소량 생산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까요? 개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개선된 기술 그 자체는 고용 손실을 이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용의 변화는 일으킬 겁니다.(50년 전과 견줘 철강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크게 줄고, 컴퓨터 산업은 수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컴퓨터가 우리에게 주는 많은 이점도 생각해봐야하는데... 과연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열렸나요? 음... 고용 그 자체는 재화를 창출해내지 않습니다. 재화(wealth)는 고용을 창출합니다. 만약 재화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분배된다고 한다면, 특히 이 말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화는 돈이 아닙니다. 재화는 물건(Stuff)입니다. 만약 모두가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들은 사실상 더 부유해(wealthy)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재정적 상황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 인류는 1만2000년 전부터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얻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곳에 정주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필요로하는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가복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농업이라고 말합니다. 농업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부가적으로 땅의 생산품 뿐만 아니라 공학적 생산품도 필요로 합니다. 공학에 의한 생산품은 자가복제 기계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렙랩(또는 다른 자기복제 생산 기계)은 마치 당신의 마당에서 당신만의 채소를 기르듯, 변화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 감소의 문제에 직면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우리는 살짝 무언가를 살짝 조정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이 할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나 모바일폰이 시작되었을 시기에 우리는 이런 아이템들이 위험하고, 그래서 우리가 그것들을 거부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기술이 시작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귀가 따갑게 비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그 기술들을 원했고, 결국 그 기술들은 실현됐습니다. 뭐 어쨌든 간에요. 당신은 이런 프로세스를 멈출 수 없습니다. 어떤 기술이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달성하는데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게 되면, 그것은 결국 벌어질 겁니다. 정부나 민주주의, 독재자, 경찰, 군인은 대중이 바라는 것과 직면해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음악의 디지털 카피본이 만들어지고 배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모든 10대들이 그들의 플래시 드라이브에 불법 다운로드 복제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동료인 MIT의 Neil Gershenfeld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당신은 인류 전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없다’고요.”
-반대로 만약 개개인이 쉽게 퍼스널 3D 프린터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제조업체들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개인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상황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D 프린터 상용화가 포디즘의 세상 이후에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다른 사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조부모님은 더러워진 옷을 동네 세탁소에 보냈어요.(그건 옷을 빠는 데 있어서 포디즘 방식의 해결책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사각의 하얀 로봇을 우리 부엌에 두고 우리 스스로 빨래를 합니다. 이 로봇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가격이 매우 싸서 우리가 그 로봇으로 인해 빨래하는 시간의 95%를 줄이고 그만큼 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포디즘으로 동네 프린트 가게에서 편지지를 프린트했습니다. 이제 저는 제 컴퓨터에 붙어 있는 프린터로 일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제 사진을 어딘가로 보내서 포디즘 포토 팩토리에서 프린트해야만 했습니다. 이제 제 컴퓨터는 그 모든 작업을 저를 위해 해줍니다. 사람들은 포디즘 CD프레싱 공장에서 생산된 음악 CD를 구입해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십대들은 CD가 없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이제 어느때보다도 더 많은 음악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타임>은 1982년 퍼스널 컴퓨터를 ‘올해의 기계’로 선정했습니다. RepRap에 의한 퍼스널 3D 프린터의 등장은 퍼스널 컴퓨터의 등장과 비견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3D 프린터가 퍼스널 컴퓨터처럼 변화를 불러올까요?
“이렇게 보면 어떨까요? 컴퓨터는 개인의 정보 프로세서이고, 3D 프린터는 개인의 물질 프로세서다.”
-몇몇 사람들은 퍼스널 컴퓨터나 개인용 프린터와 다르게, 3D 프린터는 인간 삶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전 컴퓨터나 프린터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20만년 전부터 그런 기술 없이 잘 살아왔어요. 산업혁명 이후의 모든 제품들이 없이도 사람들은 20만년 동안 그럭저럭 잘 살아왔지요. 하지만 기술의 개발을 통해 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지던 것이 만들어지고, 흔해지고, 가격이 싸지고, 가격이 제로가 되어왔습니다. 뭔가를 가질 때 우리는 그것이 꼭 필요해서 갖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얻는 비용이 소유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
-세계경제포럼은 3D프린팅 기술을 인공지능(AI), 유전자 편집, 퀀텀컴퓨팅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중요한 기술로 거론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반복적인 산업혁명을 믿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그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만들어 기술 혁명의 역사를 쪼갤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은 무지개를 색깔로 구분 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지개를 노랑과 빨강 파랑 등으로 부르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요. 하지만 그 색깔들 사이는 어떤 구분을 할 수 없는 부드러운 연속면입니다. 공학기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갑자기 의미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증기기관이나 전기, 트랜지스터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그것 뒤에 오는 변화에서 의미심장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요. 3D프린팅이나 AI, 유전자편집(especially CRISPR/Cas9), 퀀텀 컴퓨팅은 모두 동시대에 나오는 기술들입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여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뿐입니다.”
-3D 프린터가 불러올 10년 뒤의 미래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미래 예측 능력에 대해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그 실험은 쉽습니다. 예측을 하도록 하고, 시간이 흐른 뒤 맞는지 확인하는 것 뿐입니다.) 그 결과가 정말 흥미로운데요. 전문가들은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뽑은 사람들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뱅커들은 재정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과학자들 역시 과학분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특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후진 예측능력의 예외도 있는데, 그건 반복적으로 예측을 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얻어내며 정확성을 늘려가는 사람들이 그런 사례입니다. 날씨 예보관은 오늘의 날씨를 어제 예측해보지요. 또는 마치과 의사들은 환자들의 혈액 산소 농도를 보면서 몇 분뒤 가스혼합정도를 보정합니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예측능력이 뛰어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는 3D 프린팅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그러니 제가 예측하는 것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대다수 사람들이 최소한의 작은 물건들만 구입하지 않고 직접 만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접속해서 빗을 사거나 모바일 폰을 구입하는 일이 구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마을 안의 10개 가구가 모인 그룹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개인용 3D 프린팅 리소스를 이용해서 가족들이 몇 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차를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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