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우리도 두 번째 달을 꿈꿀 수 있을까

등록 2016-07-09 10:12수정 2016-07-09 10:27

[토요판] 별 소천체 2016HO3
나사가 발표한 소천체
지구 주변 맴돌지만
‘황소 옆에 꾄 파리’ 크기
최근 발견된 불규칙 위성들은
공전면 다르고 거꾸로 돌기도

소행성 데려오기는 어려운 일
그런데도 행성납치 일어난다
목성엔 59개, 토성은 39개
해왕성 트리톤은 고리 될수도
지구도 위성 하나 더 얻을까
태양계 최대의 불규칙 위성 트리톤의 모습. 보이저 2호가 1989년에 찍은 사진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태양계 최대의 불규칙 위성 트리톤의 모습. 보이저 2호가 1989년에 찍은 사진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9년 작 <1Q84>엔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몽환적 세계가 등장합니다. 오직 하나인 달은, 오직 하나인 해와 함께 인류에겐 불변의 원리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달이 두 개인 세상도 있을까요?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은 지구의 두 번째 달이 될 뻔한 천체를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구에 견주면 티끌만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언젠가 밤하늘에 두 개의 달이 뜨는 날이 실제로 찾아올까요?

지난달 중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두 번째 달이 될 뻔한 작은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달이라니, 생각만 해도 놀라운 일 아닌가. 태양이 두 개였던 적이 없듯, 달 역시 두 개였던 적이 없다. 적어도 역사시대 인류는 두 개의 달을 경험하지 못했다. 인류는 언제나 하나의 해와 하나의 달이 교대로 하늘을 지키고, 한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 교차하는 세상에 살았다. 하나의 양과 하나의 음이 철학적 상징으로서 대등한 지위를 갖는 철학도 발전시켰다. 만약 태양이 두 개거나 달이 두 개였다면, 하다못해 지상에서 보는 두 천체의 겉보기 크기가 꽤 달랐다면, 인간의 사고방식은 지금과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달은 매년 약 3.8㎝씩 멀어지고 있으니, 과거의 달은 태양보다 컸고 미래의 달은 태양보다 작을 것이다. 인류는 아주 우연히 태양과 달의 겉보기 등급이 같은 절묘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조용했다. 이 천체가 정식 위성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사가 올해 4월 발견한 ‘2016HO3’라는 이 소천체는 태양 중력에 강하게 묶인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러니까 이 소천체는 태양 주변을 도는 소행성 중 하나다. 다만 태양과 함께 지구의 중력에도 꽤 강하게 이끌려 있기에, 지구의 공전 속도에 발맞춰 태양을 함께 공전하고 있다. 지구에서 보면 이 소천체가 마치 지구 주변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맴도는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천체에 ‘준위성’ 또는 ‘유사위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어서, 이미 10여년 전에도 이런 천체가 지구를 따라다니며 마치 위성처럼 맴돈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않고 튕겨 나갔기에 지금은 볼 수 없다. 2016HO3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준위성 가운데 가장 안정돼 있어서, 과거 100년 동안은 지구를 맴돌았고 앞으로도 몇백년은 너끈히 맴돌 예정이다.

달은 예외적인 위성

이 천체가 대중에게 위성으로 보이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크기다. 지름 40~100m로 초등학교 운동장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 반지름 6370㎞인 지구 입장에서는 황소 옆에 꾄 파리로 느껴질 크기다. 거리도 멀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38~100배 더 떨어져 있다. 안 그래도 작은데 거리까지 머니 지구에서는 당연히 보이지 않고,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듯한 모습도 연출하지 못한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인류가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던 위성은 오직 지구의 위성인 달뿐이기에, 위성은 모두 달처럼 커다랗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달은 반지름이 1737㎞로 행성의 크기에 비해 위성의 크기가 유독 큰 예외적인 위성이다. 태양계의 행성이 지니고 있는 위성의 절대다수는 반지름이 수십㎞ 정도로 작으며 일부는 10㎞가 채 안 된다. 행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태양계 제8의 행성인 해왕성의 위성 ‘네소’는 해왕성으로부터 무려 4840만㎞ 떨어진 곳에서 공전하고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3분의 1에 이르는 먼 거리다. 반지름 30㎞로 크기는 아주 작은데, 비유하자면 운동장에 야구공을 뒀더니 200m 떨어진 곳에서 티끌 하나가 공 주위를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는 것과 같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인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작고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작은 위성들이 천문학자의 눈에 띈 것도 최근이다. 관측 도구의 성능이 발달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에야 무더기로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의 특성이다. 크기가 작고 공전 거리가 멀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원래 큰 위성들은 대부분 행성과 함께 태어났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물질이 뭉쳐서 태양이 되고 거기서 남은 물질이 행성이 됐다. 뭉칠 때는 물질이 원반 모양을 이루며 회전하는데, 그 과정에서 행성이 되지 못하고 남은 원반 쪽 물질 일부가 다시 뭉친 게 위성이다. 그래서 이런 위성은 행성이 자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행성 주위를 돈다(공전). 여러 개가 있더라도, 도는 궤도면이 마치 한 평면 위에 놓여 있듯 나란하다. 꼭 말 잘 듣는 학생들이 자신의 트랙을 철저히 지키며 운동장을 도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새롭게 발견된 작은 위성들은 전혀 달랐다. 일단 행성이 자전하는 평면과 공전면이 전혀 관계가 없었다. 트랙을 따라 돌기는커녕, 마치 드론에 태운 것처럼 허공에 떠서 전혀 다른 각도의 궤적으로 공전했다. 어떤 위성은 심지어 완전히 뒤집어진 듯 거꾸로 공전하기도 한다. 이런 위성들의 공전궤도를 공간에 한데 모아 표현해보면, 마치 벌이나 파리가 윙윙거리는 궤적을 표시한 듯 대단히 복잡한 도형이 나온다. 이 위성들 대부분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형태도 구형을 따르지 않고 쭈글쭈글하거나 길쭉하다. 모양도, 공전궤도도 다 제각각이라는 뜻에서, 이 위성에는 ‘불규칙 위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 일’이 일어났다

현재 태양계 행성이 지닌 불규칙 위성의 수는 113개다(2000년대 중반에 한창 무더기로 발견됐는데, 요즘은 뜸한 상태다). 반대로 모양도 구형이고 공전궤도면도 가지런한 모범생 위성 60개(달도, 목성의 유명한 4대 위성도 다 여기에 속한다)에는 ‘규칙 위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불규칙 위성이 제멋대로인 이유는 이들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이 깊다. 이들은 행성과 동시에 태어난 천체가 아니라 ‘납치된’ 위성이다. 불규칙 위성은 원래 소행성이었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로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들어와 행성의 중력에 갇힌 위성이 됐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태양계는 아무리 작은 천체일지라도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힘의 세례를 받고 있다. 바로 태양의 중력이다. 소행성 역시 마찬가지라서, 아무리 작더라도 마치 태양에 묶인 듯 태양만을 중심으로 도는 성질이 강하다. 행성이 태양의 영향력을 뿌리쳐가며 소행성을 데려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났다. 113개의 불규칙 위성이 산증인이다. 과학자들이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비슷한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 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각기 다른 공전궤도로 돌다 보면 어느 순간 행성과 비슷한 곳에서 공전할 때가 생긴다. 행성이 가까이 왔다고 소행성을 태양에서 그냥 강탈해 올 수는 없다고 했다(지금 지구가 준위성 2016HO3를 위성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태양의 영향력은 강하다). 하지만 두 개의 소천체가 함께 있는 경우는 다르다. 두 소천체와 행성까지 3개의 천체가 중력을 주고받으면, 그 복잡성 때문에 중력의 미묘한 균형이 무너지면서 태양의 중력을 끊을 힘이 생긴다. 비유하자면 실에 묶은 공을 한 손으로 돌리다 실이 꼬여 공이 엉뚱한 곳으로 튄 모습이랄까. 그 결과 소천체 중 하나가 행성에 포섭될 수 있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행성이 갑자기 자라서 ‘힘’이 세지는 경우다. 행성이 작았을 때는 주위의 소천체가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행성이 커지면 중력권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뒤늦게 포섭될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행성이 태어날 때 모였던 물질 중 일부가 행성 주변에 남아 있는 경우다. 이들은 행성도, 위성도 되지 못한 채 주변에 흩어져 있는데, 소행성이 이 부근을 통과하면 물질과 마찰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잃는다. 그 결과 마치 물속에서 던진 공처럼 속도를 잃고, 원래 공전 궤도에서 이탈해 행성 품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불규칙 위성은 현재 지구보다 바깥에 있는 모든 행성에 있다. 가장 많은 것은 이번에 나사의 탐사선 ‘주노’가 방문한 목성으로 모두 59개의 위성이 불규칙 위성이다. 토성이 다음으로 많아서 38개이고, 천왕성은 9개, 해왕성은 7개다. 이 중 특이한 것은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이다. 해왕성의 자전 방향을 무시하고 비딱하게 기운 채 반대 방향으로 도는데, 반지름이 1353㎞로 태양계에서 7번째로 크다. 달보다 조금 작다. 크기가 제법 크기 때문에 다른 불규칙 위성과 달리 공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트리톤은 원래 지금의 명왕성처럼 태양계 행성 바깥을 도는 왜소행성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두 개의 왜소행성이 함께 짝을 이룬 채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는데, 우연히 해왕성과 공전궤도가 겹치면서 세 천체의 중력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한 개의 왜소행성은 멀리 바깥으로 튕겨 나갔고, 다른 하나는 태양의 중력을 끊고 해왕성의 중력에 포섭됐다. 그게 지금의 트리톤이라는 설명이다.

지구 주변은 너무나 깨끗

트리톤은 불규칙 위성에 대한 개념이 나오기도 전인 19세기 중반에 발견됐다. 거의 유일하게 온전한 구 형태를 갖추고 있는 불규칙 위성이다. 달처럼 행성의 중력에 강하게 이끌려 있어서, 해왕성 쪽에서 보면 오직 한쪽 면만 볼 수 있다. 지구의 달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트리톤은 해왕성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약 36억년 뒤에는 해왕성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한 나머지 위성이 자체 중력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로슈 한계)를 넘어서서 부스러질 가능성이 높다. 부서진 위성 잔해는 해왕성 주위에 근사한 고리를 만들 것이다.

불규칙 위성은 이미 태어나 있는 행성이 새로 위성을 얻을 유일한 대안이다. 이번에 준위성으로 인정받은 2016HO3는 비록 위성이 되지 못했지만, 다른 계기로 지구가 불규칙 위성을 하나 더 얻는 날을 상상해본다. 불규칙 위성을 수십개씩 지닌 행성이 여럿 있는 걸 보면 한번쯤 꿈꿔볼 만한 소망 같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지구 주변은 너무나 깨끗하다. 행성들이 주변을 싹 청소해 데려올 소행성이 많지 않다. 소행성이 몰려 있는 소행성대가 이웃 화성 바깥에 있긴 하지만 지구 궤도와는 너무 멀다. 이따금 일부 소행성들이 접근해 오지만, 대부분 하나씩 찾아오기 때문에 세 천체 사이의 힘의 균형 변화를 이용해 태양의 인력을 끊기엔 역부족이다. 위성이 될지를 기대하기보단 혹시라도 지구와 충돌할까를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달은 낭만적인 소재지만, 당분간은 한 개의 달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