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복합재해 영향기반 예·특보 서비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세계기상기구(WMO)의 할리 쿠트발 공공기상서비스 과장은 12일(한국시각) 영국 기상청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영향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협력(partnership)과 협동(cooperation)이다. 영향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기상 관련 전문가들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리 쿠트발은 영국 런던대학에서 기상학을 전공했으며 브루나이 기상청장을 지내고 6년 전부터 WMO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입장에서 영향예보는 어떤 것인가?
=4년 전쯤 영향예보와 관련해서 전문가 집단들과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영국 프랑스 홍콩 등 세 국가의 기상청들과 논의를 한 끝에 앞으로 영향예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WMO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3년 정도 준비 기간 끝에 지난해 WMO 차원에서 ‘복합재해 영향기반 예·특보 서비스에 관한 가이드라인’(WMO Guidelines on Multi-hazard Impact-based Forecast and Warning Services)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영향예보의 정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영향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WMO는 중국기상청(CMA)과 프랑스 기상청(Meteo-France) 등 여러 기관들과 협력해 미얀마의 기상예보 근대화 작업을 돕고 있다. 수치예보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선진화 지원을 하는데, 이 중 한 분야로 영향예보가 있다. 지난 4월 미얀마의 수도인 네피도에서 회의를 했고, 오는 9월에도 모일 예정이다. 이때는 오스트리아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WMO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도 영향예보 관련한 지원을 할 계획이 있다. 아직 모잠비크 내의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돼 기다리는 중이다.
-다른 지역들도 많았을 텐데, 왜 미얀마인가. 그리고 미얀마에 영향예보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얼마인가?
=미얀마에서 WMO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얀마 기상청장이 기상예보 근대화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 또한 미얀마는 ‘물’과 관련한 문제가 많은 편이다. 미얀마 내에서도 어떤 지역은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 반면, 다른 지역은 홍수를 겪는다. 이외에도 돌발 홍수, 산사태 등 여러 대비해야 할 재해들이 많다.
기금은 세계은행(WB)을 통해 마련했다. 약 3000만 달러 규모인데, 전액 영향예보를 위해 사용되는 건 아니다. 미얀마의 기상 근대화를 위해 쓰이는 돈인데, 딱 잘라서 영향예보에 얼마가 들어간다고 얘기하기가 힘들다.
사실 영향예보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영국 기상청(Met Oficee), CMA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 기상청도 영향예보 관련, 국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국가들이 영향예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영향예보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우선 예보관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종전에는 정량적인 것이나 정성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영향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영향예보 도입을 늦추는 요인이다. 영향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기상 관련 전문가들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협력이 중요한데, 의외로 이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파리 총회 이후 기후변화적응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영향예보가 기후변화 적응에도 일정부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후변화로 위험 기상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향예보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도 어느 지역이 더 더워질지, 추워질지 등을 모른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영향예보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상청도 영향예보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특별히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협력(partnetship)과 협동(cooperation)이다.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글·사진 엑서터(영국)/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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