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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홍수 계기 영향예보 시작…예산 절감 효과”

등록 2016-07-17 12:49

폴 데이비스 영국 기상청 예보총괄실장 “재보험 등 산업에서도 관심”
기상예보에 더해 재해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예측해 정보를 전달하는 영향예보를 2011년부터 처음 시작한 영국 기상청의 폴 데이비스 예보총괄실장(사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한겨레> 기자와 만나 “영향예보는 여러 분야 기관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영향예보를 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여름에 영국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경제적 손실만 32억5000만파운드(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홍수로 인한 피해의 원인을 단순히 강우량만으로 봐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백서를 만드는 등 여러 활동들을 했는데, 이것이 영향예보를 하게 된 시초다.

2007년 홍수가 난 다음에 실질적인 피해와 (기상예보와) 매치가 안 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앙상블 모델을 통해 위험 등급을 나누는 등 리스크 매트릭스(첨부 그림파일 참조)를 만들어 2009년부터 시범 시행하기 시작했다. 대중에게는 2011년에게 공개했다. 리스크 매트릭스는 홍수뿐만 아니라 바람, 안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한다. 종전에 방재 분야에서 사용하던 방식에서 착안을 받아 만든 것이다.

-영향예보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나?

=당연히 평가가 중요한데, 쉽지는 않다. 위험 등급을 매겼는데 재해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체크하기가 어렵다. 어떤 기상 현상이 일어나서 각종 피해가 발생될 것을 우려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예보를 했다고 치자. 예보에 따라 잘 대비해서 다행히 아무런 피해가 생기지 않았다면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체크하기가 어렵다. 아직 계속 연구가 필요하다. 다행히 영향예보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2011년 대중에게 영향예보를 시행한 뒤 만족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재난, 재해 등 각종 기상현상관련 경고에 대해 신뢰도가 높아졌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4개의 위험 매트릭스에서 심각은 1%, 경계는 10% 범위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

-영향예보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들었다.

=2013년 필리핀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하이옌’이 발생한 뒤 유엔(UN)과 세계기상기구(WMO)는 하이옌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왜 이렇게 컸는지 논의를 했다. 당시 한 필리핀 주민이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냉장고를 잃을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죽겠다.” 이 말은 곧 사람마다 원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얘기다.

영향예보를 통해 사람마다 얻고자 하는 정보가 다르다. 그리고 리스크 매트릭스의 색깔은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한 영향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질이 나쁘다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잘 견디고, 어떤 이는 잘 못 견딜 수 있다. 이런 점까지 다 파악해내는 게 우리(영향 예보)의 미래다.

현재 날씨 등 기상 현상만으로 인한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 기관들(한국의 국민안전처 등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관)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 영향 등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델이기 때문에 더 연구가 필요하다.

-취약성 평가는 어떻게 하나? 여러 전문가 그룹들끼리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굉장히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다. 기상 현상을 둘러싼 각 분야에서 축적된 광범위한 데이터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내각의 지원이 굉장히 중요했다. 영국 기상청의 경우 영향예보와 관련해서 필요한 기관들을 모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관련 분야 전문가, 기관들이 모여서 토론을 벌이고, 그때 영국 기상청은 조율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해당 기관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우리(영국 기상청)가 지원을 해줘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듣고 지원을 해준다.

-기상산업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재보험사 등 보험시장에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영향예보를 하기 위해 축적된 광범위한 데이터들을 자신들의 산업의 통계적인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상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영향예보를 실시한 뒤 가장 큰 이점을 꼽는다면, 그리고 향후 방향은?

=우선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 세금을 적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의 힘을 기반으로 한 영향예보는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보니, 영국 기상청에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 추가로 국민 세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영향예보가 제대로 이뤄질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영국도 영향예보와 관련해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영향예보의 키포인트는 소통이다. 종전보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파트너십이 제일 중요하다.

글·사진 엑서터(영국)/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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