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와이즈 생체모방공학연구소 연구진들이 개발한 문어를 닮은 로봇 ‘옥토봇’. 하버드대 소개영상 캡처
딱딱한 뼈대와 강인한 외형을 지닌 로봇만 있는 게 아니다. 흐물흐물하고 뼈대 없는 로봇도 있다. 부드럽고 유연한 부품만을 활용해 외부 동력장치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마치 문어같이 생긴 로봇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25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는 미국 하버드대 와이즈 생체모방공학연구소 연구진들이 개발한 문어를 닮은 로봇 ‘옥토봇(Octobot)’을 소개했다. 이 로봇은 문어처럼 8개의 다리를 지녔다. 길이는 2㎝가 채 되지 않는 초소형으로, 외피는 실리콘 고무로 만들어졌다.
옥토봇은 로봇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흔든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유연하다.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액체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연료로 쓰이는 50%의 과산화수소를 주입하면 이 액체가 옥토봇 내부를 순환하면서 백금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산소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기압을 동력으로 옥토봇의 다리가 움직이게 된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몸 안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관과 밸브 망, 촉수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 등을 만들었다.
▶하버드대의 옥토봇 소개 영상
옥토봇처럼 문어나 애벌레 등 뼈대 없는 동물들의 동작을 흉내 내는 로봇을 ‘소프트 로봇’이라고 부른다. 2007년 이탈리아의 로봇공학자 체칠리아 라스키가 문어를 닮은 로봇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공개된 옥토봇은 앞서 등장한 소프트 로봇보다 모든 부품이 ‘부드러운 소재’로 구성되는 등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고 평가받는다. 연구자들은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의 인명 구조활동이나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프트 로봇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에이피>(AP) 통신은 옥토봇이 약간 꿈틀거리는 정도로만 움직인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로버트 우드는 <네이처>를 통해 “옥토봇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미래에 좀 더 정교한 마이크로유체(1㎜보다 작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유체) 회로가 개발될 경우, 좀 더 복잡한 동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