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후와 에너지
다시 불붙는 ‘파이로프로세싱’ 논란
다시 불붙는 ‘파이로프로세싱’ 논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 프로세싱 실험시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 해법으로 파이로와 고속로를 제시하고 있다. 파이로가 예산만 잡아먹는 ‘제2의 4대강’이 될 것이라고 우려도 있다. 무엇이 맞을까?
사용후핵연료 부피·독성 줄인다지만
고독성 물질 포집·보관 더 골칫거리 미 연구소들 ‘핵비확산성 없음’ 결론
각국 100조원 투자 고속로 상용 실패
고비용이어서 우라늄 활용도 실익 없어 방사성 세슘 안전하게 다룰 수 있나 파이로프로세싱은 1980년대 미국 아르곤연구소가 개발한 재처리 기술이다. 기존에 유기용매를 쓰는 습식 재처리 기술 대신 전기분해를 이용한 건식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고속로에서 연소한 핵연료를 다시 고속로에서 재사용하는 핵연료순환형시스템(FCF)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로 채택됐다. 원자로에서 3~5년 연소한 뒤 남는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과 초우라늄물질(TRU), 핵분열생성물(FP)로 구성된다. 파이로 방식은 사용후핵연료에 500~1000도의 높은 열을 가하면서 전기분해를 해 우라늄과 독성이 높고 반감기(방사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긴 초우라늄물질들을 추출해 고속로에서 재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세슘(Cs)이나 스트론튬(Sr) 등 발열량은 크고 반감기는 짧은 물질들은 별도로 모아 200~300년 동안 보관한 뒤 땅속에 묻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실험실 수준의 일관공정 시험시설(프라이드)과 사용후핵연료 차세대관리공정 실증시설(ACPF), 듀픽핵연료 개발시설(DFDF) 등을 가동해 파이로프로세싱의 타당성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의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파이로의 4가지 공정(전해환원-전해정련-증류-연료제조) 가운데 전해환원 과정까지만이다. 또 2020년에 한국과 미국 사이에 파이로의 기술성·경제성·핵비확산성에 대해 공동 합의가 이뤄져야 다음 단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파이로와 고속로를 추진하는 이유로 사용후핵연료를 고속로에서 반복 사용해 잔여 핵물질만 처리하기 때문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고속로에서 반복 연소시키면 방사성 독성이 1000분의 1로 줄어들며, 순수 플루토늄을 분리하지 못해 핵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이로 방식이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원자력분과 연구위원은 2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파이로와 고속로 방식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한 반면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인데다 핵비확산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가 위험한 것은 방사성 세슘(Cs-137) 때문으로 1㎢에 15퀴리(Ci)만 있어도 피난을 가야 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1톤에는 10만퀴리의 세슘이 들어 있다. 파이로 처리를 하면 사용후핵연료에서 세슘이 분리돼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 세슘을 100% 포집해 지상에서 200~300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강 연구위원의 견해다. 파이로 처리 과정에는 세슘 이외에도 요오드 등 기체성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해 이를 100% 포집해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경수로 2기’당 ‘고속로 1기’ 가능한가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를 거쳐 고속로에서 연소시켜 방사성 독성을 1000분의 1로 줄이려면 초우라늄물질을 200년 동안 반복해서 태워야 한다. 경수로 2기당 1기의 고속로가 필요하고, 고속로의 수명이 40~50년인 것을 고려하면 현존 경수로보다 훨씬 많은 고속로가 필요하게 된다. 강 연구위원은 “지난 60년 동안 세계적으로 100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상용고속로 개발에는 실패했다. 러시아 정도가 고속로를 운용하고 있는데 17년 동안 14번의 냉각재 소듐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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