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호시다 타다히코 지음, 허강 옮김/어바웃어북·1만5000원 내 키는 1.7m이고, 몸무게는 70㎏이다. 42.195㎞를 4시간 반 만에 뛰며, 체온은 36.5℃이다. 내 피부는 몇 ㎡이며, 몸통은 몇 L일까? 오늘 음식 섭취량은 권장 ㎉를 넘었을까?(리터는 ‘ℓ’이 아니라 ‘L’로 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우리는 온몸에 단위를 치렁치렁 달고 산다. 키는 내 친구보다 한 뼘 크고 몸무게는 쌀 한 섬보다 조금 가볍다 할 수 있지만, 정확한 수치와 단위로 말하는 데 더 익숙하다. <별걸 다 재는 단위 이야기>의 작가 호시다 타다히코에게 단위는 인류의 역사와 과학지식이 녹아 있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1875년 미터(m)와 킬로그램(㎏), 초(s)가 세계적으로 통일된 단위로 도입된 이래 7개의 단위와 20개의 접두어로 세계 모든 양을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책에는 미터와 초처럼 친숙한 단위에서부터 과학시간에 한번쯤 들었을 법한 단위에 이르기까지 100여 가지가 소개돼 있다. 하지만 호시다는 이것이 과학의 다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여 과학지식이 75%쯤 담긴 ‘18K짜리’ 책을 썼다. 나머지는 역사, 문화, 사회, 예술, 경제, 사람 이야기로 채운다. 왜 마라톤 길이가 42.195㎞가 됐는지, 요일의 차례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200mL 종이컵과 1.8L 페트병, 350mL 캔음료가 왜 각각 7·60·12온스인지, 항공기 마일리지의 마일이 육상 마일이 아니라 해상 마일(해리)인 연유는 무엇인지 등 호기심 당기는 질문들을 곳곳에 숨겨놓았다. ‘열이면 일곱은 진저리 치는’ 과학을 재밌게 가르치려는 일본 중학교 교사의 비책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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