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2030’ 홍보 사진. 제주도청 제공
제주도는 전기자동차를 도입하기에 최적의 입지를 두루 갖췄다. 바꿔 말해 이런 제주도가 전기차 전환에 더디거나 난항을 겪는다면 다른 곳들은 그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전기차의 메카’로서 주목을 받는 만큼, 본보기로서 책임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전기차가 달리기 좋은 조건으로 우선 손꼽히는 이유는 섬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 여건에서 전기차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운행 거리다. 배터리 용량의 한계 탓에 주행거리가 기껏해야 140㎞에 불과했다. 서울, 부산 등 육지 도시에선 출퇴근용 시내 주행 못지않게 400㎞ 이상의 장거리를 운행해야 할 일도 종종 발생하고, 당연히 자동차에 이 정도 주행거리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제주도보다 앞서 전기차 확대 정책에 힘을 실었던 서울시가 주춤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북 간 거리 41㎞, 동서 73㎞, 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가 176㎞에 불과한 제주도는 전기차로도 어디든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경우 공식 주행거리가 169㎞이고 정속주행을 주로 하는 경우 실제 200㎞까지 달린다.
‘탄소 없는 섬 2030’이라는 제주의 정책 비전이 삼는 목표는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글로벌 메카’다. 전기차는 운행 중 방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친환경 차인 것은 아니다. 달리는 데 필요한 전기가 화력발전소와 같이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곳에서 생산됐다면 결국 그 역시도 전기차 탓에 발생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바람’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되지 않으면 진정한 친환경 운송수단이라 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이런 재생에너지 생산에서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다. 제주도가 필요 전력 가운데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비율은 지난해 13%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의 경우 6.7%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월등히 높다. 특히 예로부터 ‘삼다도’라 불린 제주도는 풍부한 풍력 자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역점을 두어서, 지난해 280㎿(메가와트) 수준인 신재생 발전설비를 2030년 3200㎿까지 10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지리적 조건에 힘입어 정부가 강하게 정책적 힘을 싣고 민간기업들이 연관 산업 투자에 나선 것도 동력이 됐다. 제주도는 2014년 8월 전국 처음으로 업무용 관용차에 전기차를 도입했고, 산업 육성 전담부서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민간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그리드 육성 사업 같은 연관 산업에서 민간기업의 투자도 제주도는 기대하고 있다.
또 제주도가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점도 앞으로 전국적인 전기차 확산 통로로 작용한다. 여행자들이 렌터카,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을 통해 전기차를 미리 체험해 보고 익숙해질 수 있는 실험장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