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레스, 홀데인, 코스털리츠 등 3명, 수학도구로 ‘물질 상전이’ 새 장
위상학이라는 수학 도구를 이용해 물질의 상전이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문을 열어젖힌 3명의 과학자에게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데이비드 사울레스(82)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 덩컨 홀데인(65) 미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털리츠(73) 미 브라운대 교수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응집물리학자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물질의 상전이에 대한 이론적 틀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전이란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것과 같은 물질의 급격한 상태 변화를 말한다. 고전 물리학에선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를 오가는 상전이만 다뤄 왔는데, 세 수상자는 온도가 떨어지면 전기저항이 갑자기 떨어지는 전기적인 상전이도 있음을 보였다. 사울레스와 코스털리츠 교수는 1972년 2차원 공간이나 다름없는 얇은 막과 같은 평면에서 물질의 이런 상전이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론적 설명을 밝혔다. 홀데인 교수는 10년 뒤인 1982년, 1차원이나 다름없는 얇은 띠와 같은 조건에서 이런 상전이를 설명해 냈다. 세 사람은 모두 영국 출생이나 현재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다.
세 사람의 연구는 물질의 상을 이해하는 인간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하면서 ‘초전도체’와 같이 새 응용 영역을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물질이 이상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의 세계의 문을 열어 젖혔다”며 이들의 이론이 “초전도체, 초유동체, 얇은 자기필름과 같은 ‘별난 물질’(exotic matter) 상태를 연구하기 위한 수학적 방법론을 진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영국왕립대의 크리스 필립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오래전 이뤄진 발견이 시간이 흘러 여러 응용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발견의 위력을 적절히 인정한 예”라고 이번 수상에 대해 평가했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사울레스와 홀데인 교수의 이론적 업적은 다방면에서 다양하게 쓰여 왔으며,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학계에서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상금의 절반은 사울레스 교수에게, 4분의 1씩은 다른 두 수상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총상금은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이다.
이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전날 생리의학상(오스미 요시노리·일본·‘자가포식' 연구)에 이어 올해 노벨상 가운데 두 번째로 발표됐으며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문학상이 다음 주까지 차례로 발표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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