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홍합 접착기능 모사해 찔러도 출혈 없는 바늘 만들어
유니스트, 구름 속 분자들 거동 닮은 ‘전하 펌프’로 전기 생산
유니스트, 구름 속 분자들 거동 닮은 ‘전하 펌프’로 전기 생산
□ 출혈없는 주사바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연구팀이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 주사바늘을 만들었다. 울산과기원(유니스트) 연구팀은 번개처럼 전기를 만드는 ‘인공 번개 발전기’를 개발했다.
카이스트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은 6일 “홍합이 가진 접착 기능을 모방한 생체 재료를 이용해 찔러도 출혈이 없는 주사바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네이처 머티리얼스> 3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의료 처치로 주사를 놓으면 보통 3분 가량 피부를 눌러 지혈을 하지만 장기입원 암환자나 혈우병, 당뇨병 환자 등은 정상적인 지혈이 어렵다. 이들 환자를 위해 주사바늘에 지혈 재료를 코팅해 사용하는데 재료가 혈관 내부나 피부에 잘 붙어야 한다.
연구팀은 홍합이 섬유 형태의 족사(어패류의 몸에서 나오는 경단백질의 강인한 섬유다발)로 파도가 치는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는 원리를 모사해 지혈재료를 제작했다. 홍합 족사 구조에 존재하는 카테콜아민 성분을 넣은 접착성 키토산을 이용해 주사바늘 위에 만든 지혈기능성 필름은 혈액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하이드로젤 형태로 바뀌어 지혈을 일으켰다.
이해신 교수는 “혈우병 모델 동물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혈액응고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안전성평가연구소의 강선웅·김기석 박사 연구팀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 인공 번개 발전기
유니스트 신소재공학부 백정민 교수는 이날 “번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리를 본딴 ‘인공 번개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5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번개는 구름 안에 있는 수증기 분자가 얼음 결정과 마찰하는 과정에 생기는데, 두 물질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전하들이 분리되고 축적됐다 엄청난 에너지를 지표면에 방출한다. 연구팀은 전하가 분리·축적되는 과정을 본따 ‘전하펌프’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수증기 분자와 얼음처럼 마찰시킬 신소재를 만들고 3층 구조의 마찰전기 발전기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외부 전하까지 마찰전기 발전기로 퍼올릴 수 있어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백정민 교수는 “일반적인 2개 층의 발전기에서 마찰로 생성된 전하가 외부 회로로 이동할 때 전하를 잃어버리는 걸 막기 위해 접지층을 삽입해 3층 구조로 만들었더니 16배 이상 출력 전력이 높아졌다. 인공 번개 발전기는 건물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자동차의 전력 생산,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 충전 등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종린왕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김상우 성균관대 교수, 강종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책임연구원, 최덕현 경희대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찔러도 피 안 나는 주사바늘을 혈우병 동물모델(아래)에 주사한 뒤 일반 주사바늘과 달리 지혈이 됐다.
인공 번개 발전기를 리모컨으로 작동시키자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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