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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정부 R&D예산 , 연구보다 관리비로 ‘펑펑’

등록 2016-10-07 05:00수정 2016-10-07 09:06

정부 연구개발비 왜곡 심화
기초연구비 5년간 제자리인데 관리기관 운영비는 1조 늘어 2조원
작년 13조 중 기초연구비 2조뿐…“관리 기형적 성장 연구비 왜곡”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투자가 순수한 연구보다 관리 부문에 더 치중되고 기초연구 분야보다 거대분야(대형 프로젝트 사업) 쪽 비중이 급증하는 등 연구개발비 왜곡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미옥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연구개발 예산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가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기초분야 비중은 최근 5년간 8.4~9.4% 안팎으로 거의 변동이 없는데도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22개 연구관리전문기관(에이전시)의 운영비(인건비와 경상운영비)는 2009년 1조1900억원에서 올해 2조400억원으로 71.4%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가 연구개발비 증가율(54.0%)과 주요 연구개발비(국가 R&D에서 국방·인문 등 분야를 뺀 나머지) 증가율(43.8%)에 견줘 매우 높은 것이다. 에이전시는 한국연구재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정부 부처로부터 위탁을 받아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중간관리 기관을 말한다.

이들 에이전시는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문화재단이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폐합되고, 기초와 산업으로 나뉘어 있던 과학기술 분야 연구회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 합쳐지는 등 일시적으로 숫자가 줄어들었으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 9개 기관이 새로 만들어져 기관 수가 2000년대 중반 10여개에서 현재 22개로 증가했다. 에이전시의 인원수도 2009년 4011명에서 올해 5518명으로 37.6%가 늘어났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스테피)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에이전시 조직이 방대해진 것은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통제기구가 약해져 부처별로 연구개발 사업을 독립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간관리 시스템이 기형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관은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소 등에 대해서는 ‘갑’의 위치에 있다. 연구 현장에서는 이중 삼중의 부담만 커진 셈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과학기술혁신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혁신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 이해 그룹의 영향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에이전시가 속한 ‘국가(정부) 연구개발 사업 관리 및 평가조직’은 20개 부문 가운데 영향력이 대통령, 정부부처, 청와대 과학기술수석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연구개발비 왜곡 현상은 기초분야 연구비와 거대분야 연구비의 증가율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정부의 주요 연구개발 예산 13.1조원 가운데 순수 연구개발 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2조700억원으로, 2011년 1조4700억원보다 40.9% 증가한 데 비해 거대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2011년 6100억원에서 1조6200억원으로 165.1%가 증가했다.

한국형발사체사업 등 거대분야 R&D 투자 쏠려

한국형발사체사업·중입자가속기개발사업 등 정부의 거대분야(대형 프로젝트 사업) 예산은 5년 새 2.5배로 늘었다.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기초연구 분야와 비교해보면 이 증가율은 한정된 연구개발 예산으로 기초와 응용연구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지 못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목적형 연구에만 치중하는 현재 국가 연구개발비의 왜곡 현상을 잘 드러내 준다. 특히 사전에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실패해서는 안 되는 사업으로 출발한 거대 사업들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구개발비 왜곡 현상이 국가 연구개발 투자 전략의 전반적 실패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발사체사업을 비롯해 달 탐사 및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 사업 등 10개 거대 사업에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모두 7조7224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정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인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사업은 모두 예타를 통과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중입자가속기의 경우 가속기가 들어갈 빈 건물만 올해 6월 완공됐을 뿐 가속기 개발은 지지부진해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사업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국형발사체도 연구 현장에서 예정 시기(2017년 12월)에 발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나와 국가우주위원회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연계된 달탐사선 발사 시기(2020년 예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미옥 의원(더민주)은 “기초연구는 실패가 용인되지만 거대분야는 타당성 검토를 통해 추진되는 것으로 잘못될 경우 전략의 실패로 귀결된다. 거대 사업이 많은 경우 정치적으로 결정돼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목적 연구에 치중한 연구개발 배분 정책은 창의적 기초연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경제발전 목적 비중이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10~20% 안팎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0% 이상으로 높아 개발도상국형을 보인다. 정부가 선도형 연구개발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연구개발비를 비목적 분야와 환경 분야에 투자하는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3~2017년)에 ‘선도형 연구개발로의 변환을 위한 안정적 기초연구 투자’를 과제로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초연구의 기반인 대학 연구지원은 2012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문미옥 의원실 분석으로는, 연구책임자당 기초연구비가 2011년 1억2600만원에서 2014년 오히려 1억18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1억2400만원으로 회복됐다. 호 교수는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을 기본 계획대로 실현하려면 현재 정부 연구개발비의 6%(8천여억원)에 불과한 자유공모 기초연구지원사업을 2배 이상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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