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타반 톨고이 지방에서 발견된 12~13세기 무렵 여성 유골의 손가락에서 발견된 황금반지. 반지 안쪽에 칭기즈칸 가계의 상징인 매의 문양이 새겨 있다. 중앙대 이광호 교수 제공
국내 연구진이 몽골 황족일 가능성이 높은 유골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칭기즈칸과 서양인의 조상이 하나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광호 중앙대 생명과학과 및 문화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10일 “지난 2004년 몽골에서 발견된 유골 5구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이들이 12~13세기의 몽골시대 칭기즈칸 황족 일원일 것으로 추정되고, 특히 이들의 부계 기원이 서양인의 조상과 같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몽골국립대 고고인류학과 다스제벡 투멩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논문은 오픈 액세스(공개 접근) 학술지 <플로스원> 지난달 14일치에 게재됐다.
유골들은 2004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650㎞ 떨어진 몽골 동부의 타반 톨고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남성 3구와 여성 2구 가운데 여성 1구는 무덤 양식과 내부 구조, 부장품 등으로 미뤄 황족일 가능성이 제기돼 ‘몽골 여왕’으로 불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유골들을 분석한 결과 칭기즈칸 생존 전후의 칭기즈칸 가계(이른바 황금씨족)일 가능성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남성 3구와 여성 1구는 동일한 모계임을 나타내주는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모자 사이거나 형제자매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형은 현대의 동북아시아 집단에서 주로 관찰되는 D4 하플로그룹(동일한 모계임을 나타내줌)이었다.
남성 3구의 ‘와이 염색체 단일염기다형성’(Y-SNP) 분석에서는 이들이 모두 영국 등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분포하는 유전자형인 ‘R1b-M343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호 교수는 “칭기즈칸 가계의 부계 기원이 기존에 알려진 몽골로이드 계열이 아니라 코카서스 계열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곧 유전자형으로 보면 칭기즈칸 부계가 서양인과 동일한 조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칭기즈칸 황족 일원으로 추정되는 몽골 타반 톨고이 유골들에서 발견된 유전자 타입(R1b 하플로그룹)을 갖고 있는 현대인 집단의 지리적 분포도.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영국·포르투갈·독일 등 유럽이다. 몽골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한국·일본·인도·동남아시아에는 거의 분포하지 않는다. 중앙대 이광호 교수 제공
이들 남성 3구의 ‘와이 염색체 짧은반복수변이’(Y-STR) 분석에서는 적어도 2구에서 동일한 형태가 나와 둘 사이가 유전적 거리가 매우 가까운 부자나 형제 관계임을 보여줬다. 염색체 디엔에이 특정 부위에서 염기서열(STR)이 짧게 반복되는 수가 개인마다 다른데, 형제나 부자 사이에는 비슷해 이들 관계를 밝히는 기준이 된다. 남성 3구에서 발견된 Y-SNP와 Y-STR 유형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현대인은 러시아 칼미크인, 중국 회족, 우주베크인, 타지크인으로, 칭기즈칸 아들과 손자들이 지배했던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타반 톨고이 유골들이 칭기즈칸의 직계 자손이거나, 칭기즈칸이 딸들을 시집보내 지배했던 옹구드족 자손이거나, 전통적인 몽골 황후 가문인 옹기라트족과의 혼인에 의해 태어난 황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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