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두더지쥐의 모습. Thomas Park/University of Illinois 제공
독일 연구팀, 유전자 돌연변이 규명
암에 대한 내성도 뛰어나…수명 일반쥐의 10배
암에 대한 내성도 뛰어나…수명 일반쥐의 10배
발그레한 피부,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 갓 태어난 쥐 같은 외모로 평생을 사는 동물이 있다. 아프리카 사막 지역에서 굴을 파고 살아가는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가 그 주인공이다. 다 자라도 몸길이 8cm에 불과한 이 동물은 신기하게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독일 막스-델브뤽 분자의학센터(MDC) 연구진은 12일 그 원인을 밝혀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중 첫 관문인 'TrkA' 단백질 주목했다. 감각세포가 자극을 받아 내는 물질(NGF)이 이 단백질에 붙으면 통증을 일으키는 신호 전달이 시작된다.
아프리카 두더지쥐 5종 그리고 다른 포유류 26종의 TrkA 단백질과 비교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TrkA 단백질을 이루는 일부 아미노산에 변화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이런 작은 변화도 기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통증을 못 느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동물에게 이로울 리 없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열악한 지하 환경에서 여러 마리가 붙어살기 때문에 차라리 통증에 무뎌지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외모는 비록 볼품없지만 놀라운 능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슈퍼파워'가 암에 대한 내성이다. 지난 2013년 미국 로체스터대와 이스라엘 하이파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이 동물이 특이한 히알루론산을 만들어 세포가 잘 변형되지 않도록 막고, 암세포가 잘 증식하지 않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히알루론산은 고분자물질로, 동물의 몸속에서 세포끼리의 결합을 돕는다.
이 밖에도 이 동물은 일반 쥐 수명의 10배인 32년을 사는 '장수동물'이다. 이에 대해서도 역시 세포를 보호해주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모습. Thomas Park/University of Illinoi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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