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구와 우주
화성탐사선 ‘엑소마스’ 19일 착륙
화성탐사선 ‘엑소마스’ 19일 착륙
화성탐사선 엑소마스가 화성에 접근하는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생명체 대사활동 관련성 찾으면
화성 생명체 존재 확인 가능하다
목성 위성 ‘유로파’ 200㎞ 물기둥은
목성의 기조력이 지하의 물 당긴 것
2020년대 탐사선 보내 비밀 밝힌다 하지만 생명체거주가능 영역의 행성이라고 모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생명체 탐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을 액체상태의 물이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 왜 액체상태의 물일까?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은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는 매우 흔한 물질이다. 하지만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우주 공간은 영하 200도가 넘는 매우 추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물은 단지 얼음으로 존재할 뿐이다. 태양계에도 혜성을 포함하여 얼음으로 이루어진 작은 천체들이 많이 있다. 또한 소행성이나 행성의 암석 속에도 얼어 있는 물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액체상태의 물은 지구 이외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구는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다. 액체상태의 물은 거의 모든 물질을 녹이는 용매이다. 인간과 다른 모습의 생명체라고 해도 최소한 물질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물만큼 물질을 잘 녹이고 이동시킬 수 있는 용매는 없다. 암모니아가 대용물이 될 수 있지만 태양계를 포함하여 우주 어디에서도 암모니아가 물처럼 풍부한 양이 발견된 곳은 없다. 우주에서 물만큼 풍부한 물질 중 하나가 메탄이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는 메탄의 바다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메탄이 액체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영하 160도보다 낮은 온도여야 한다. 그 정도 온도에서는 대부분의 물질이 얼어붙기 때문에 그 온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른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태양계도 우주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주의 다른 곳이라고 해도 태양계와 전혀 다른 물질로 이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현재 우리의 과학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생명체라면, 그리고 최소한 어느 정도 활동성을 가진 생명체라면 액체상태의 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온도 조건만 맞아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은 적당한 기압이다. 지구와 같은 대기, 즉 1기압 아래서는 물이 100도에서 끓는다. 하지만 대기가 없는 곳에서는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없고, 녹자마자 기체로 변한다. 화성과 같이 대기가 지구의 1%밖에 안 되는 곳에서도 물의 끓는점은 거의 0도 근처이다. 따라서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체에게 적당한 온도와 대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온도와 기압은 서로 별개의 조건이 아니다. 대기가 존재하면 온실효과로 행성의 온도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 대기가 없는 곳에서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적당한 온도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계만을 놓고 보면 지구 근처가 생명체거주가능 영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기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그 영역은 더 넓어질 수도 있다. 행성이 생명체거주가능 영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질량이 너무 작으면 대기를 간직할 수 없기 때문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고, 너무 크면 대기가 너무 두껍고 중력이 세기 때문에 역시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들다. 또한 생명체거주가능 영역에 위치하고, 적당한 질량을 가지고 있어도 별에서 오는 방사능 입자를 막아줄 자기장이 없다면 생명체가 존재하기는 힘들다. 자기장은 별에서 오는 방사능 입자를 막아주는 생명의 보호막과도 같은 것이다. 자기장이 생기기 위해서는 행성의 중심핵이 액체상태로 녹아 있어야 하고, 적당히 빠른 속도로 자전해야 한다. 금성의 경우는 자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메탄가스는 생명체의 단서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은 화성이다. 화성은 과거에 충분한 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지표면 아래에 아직 녹아 있는 액체상태의 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2015년 가을 나사는 화성의 적도와 중위도 지역에서 액체상태의 물이 흐른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순수한 물이 아닌 소금물의 흔적이었다. 소금물은 순수한 물에 비해 녹는점이 낮고 끓는점이 높아서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하지만 소금물이라도 화성과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는 오래도록 액체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다. 화성에서는 지금도 생명체 탐사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나사에서 보낸 큐리오시티 로버가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고, 10월19일 밤(한국시각)에는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청(Roscosmos)이 공동 개발한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도 화성에 도착한다. 엑소마스는 가스추적궤도선(TGO·Trace Gas Orbiter)과 착륙선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로 구성되어 있다. 2020년에는 화성 표면을 본격 탐사할 엑소마스 로버가 합류할 예정이다. 엑소마스의 임무는 메탄가스가 화성 대기와 암반 사이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메탄가스는 생명체의 대사 활동이나 지질학적 활동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메탄가스가 있는 곳을 분석하면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태양계에서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곳은 현재로는 지구 이외에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지난달 말 나사의 발표에 의하면 유로파 얼음 표면의 갈라진 틈 사이로 수증기 기둥이 200㎞ 높이까지 솟구치는 것이 관측되었다고 한다. 유로파는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7억㎞ 이상 떨어져 있고, 평균온도가 영하 170도 이하로 생명체거주가능 영역을 벗어난 곳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곳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유로파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곳은 표면이 아니라 수십㎞ 두께의 얼음 아래다. 얼음 표면 아래로 거의 100㎞까지 거대한 바다로 채워져 있다고 추정된다. 유로파의 얼어붙은 표면에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솟구치는 물기둥이 생기는 이유는 목성의 강한 중력,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조력 때문이다. 기조력은 목성을 향한 쪽과 반대쪽에 작용하는 중력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힘으로 지구의 밀물과 썰물을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목성의 기조력으로 인해 유로파 내부에는 마찰열이 발생하고, 표면에는 균열이 생긴다. 결국 이 기조력이 유로파 표면 아래에 바다를 만들고, 표면을 갈라지게 해서 물이 뿜어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나사는 2020년대 중반에 유로파를 본격 조사할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유로파 주변을 돌면서 표면과 물기둥을 조사할 예정이다. 유로파에서 솟구치는 물기둥을 조사하면 유로파에 착륙하거나 얼음을 뚫고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다의 상태나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태양계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적어도 존재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10년 정도 후면 밝혀질 것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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