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미국 캘리포니아 보레고 스프링스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마이셰이크 앱의 활동 분포. 파란색 별이 진앙, 녹색 점은 지진을 감지한 경우, 노란색과 빨간색 점은 감지는 못했지만 지진 알림이나 관련 정보를 받은 경우이다. 지진이 발생하고 7~8초 뒤에 10㎞ 떨어진 곳에서 마이셰이크에 감지됐고 200㎞ 떨어진 곳에는 50초 뒤 지진이 도착했다. 이곳 사람들은 40초 이상 앞서 지진 정보를 받은 셈이다. 권영우 유타대 교수 제공
2015년 4월25일 규모 7.8의 지진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79㎞ 떨어진 고르카현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네팔뿐 아니라 중국·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지에서 8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네팔에서는 카트만두 지역을 중심으로 60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인도에서도 76명이 숨졌다.
“진앙에서 카트만두까지 지진파(S파)가 도달하는 데는 25.2초가 걸렸다. 10㎞ 반경 안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지진조기경보 애플리케이션(앱)이 작동했다면 그곳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3.9초를 빼고도 카트만두에서 20초 전에 지진경보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네팔에 스마트폰은 카트만두만 60만대, 전국에 600만대가 있다.”
미국 버클리지진연구소가 개발한 지진조기경보 애플리케이션 ‘마이셰이크'.
리처드 앨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지진연구소 소장은 지난 2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클라우드소스 방식의 지진조기경보 앱 ‘마이셰이크’(MyShake)를 소개하면서 “네팔에는 지진 탐지 기지국이 없다. 이런 곳에서 마이셰이크는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무료 앱인 마이셰이크는 사용자가 화면을 세웠는지 눕혔는지 스마트폰 스스로 알도록 해주는 내장 가속도계를 이용한다. 이 가속도계로 지진동이 발생할 경우 그 움직임을 빨리 감지해 주변에 경고를 전파한다. 마이셰이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권영우 유타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23일 “지난 6개월 동안 6개 대륙에서 20만건이 다운로드됐다. 현재 3만6천대의 휴대전화에 설치돼 8천~1만대의 휴대전화에서 상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셰이크 앱이 공개된 2월17일부터 8월11일까지 세계에서 237차례의 지진이 감지됐다. 지난 6월10일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마이셰이크가 작동해 진앙에서 200㎞ 떨어진 곳에서는 40초 전에 지진 정보를 받아봤다.
마이셰이크 앱을 다운로드해 등록된 사용자 분포(a)와 마이셰이크 앱이 감지한 지진(b). 권영우 유타대 교수 제공
마이셰이크는 인공신경회로망(ANN)을 통해 사람의 움직임과 지진동을 구분해낸다. 권 교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수많은 특징, 곧 속도와 크기, 방향 등에서 지진동과 사람의 움직임을 구분짓는 몇가지 특징을 찾아내 신경망을 학습시켰다. 스마트폰의 가속도 센서로 움직임을 측정해 신경망에 입력하면 지진동 여부를 판단해 지진일 경우 서버로 정보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에 최소 2초에서 10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십밀리 초의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역별로 서버를 설치해둬 마이셰이크 앱은 위성항법장치(GPS)로 가장 가까운 서버에 정보를 보낸다. 현재는 4대의 휴대전화로부터 동일한 지진 정보를 받으면 지진으로 최종 판단한다. 이 정보와 과거 지진 데이터를 이용해 현재 지진의 규모를 예측한 뒤 마이셰이크 이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지진 규모가 5.x일 때는 30㎞ 이내, 규모 6.x일 때는 90㎞ 이내의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송된다. 하지만 아직 언제 지진이 도달할지 도착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단계까지 개발되지는 않았다. 권 교수는 “지진 감지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최대한 다양한 지진 데이터를 지역별로 확보해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앱은 안드로이드 기반이지만 애플(iOS)이나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도 개발하고 있거나 곧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일본이나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 특화된 마이셰이크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팀이 맡은 분야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서버 쪽 소프트웨어다. 마이셰이크의 최대 걸림돌은 역설적이게도 지진감지 정확도가 아니라 휴대전화 배터리였다. 권 교수는 “1차 버전이 나온 2014년 12월께 앱을 3~6시간 사용하면 배터리가 다 소모돼 전력 문제가 현안이 됐다. 최근 버전은 앱을 켜 놓아도 배터리 소모량이 시간당 1%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기상청은 ‘유레쿠루 콜’이라는 조기경보 앱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지진정보알리미’ 앱을 개발했지만 시스템 성능 문제 등으로 조기경보 기능은 못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