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도 인공지능이 인간 이긴다

20일 경기 반환점 돈 현재, 인공지능 압도적

뇌와 인공지능의 대결이 지난 11일 미국 피츠버그 리버스 카지노에서 시작됐다. 카네기멜론대 제공

“뇌와 인공지능의 대결”

지난 11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피츠버그의 리버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포커 대결의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인간 프로 포커선수와 인공지능이 맞붙었다. 1997년 체스, 2009년 제퍼디(퀴즈대회), 2016년 바둑으로 인간을 누른 인공지능이 이제 포커에도 도전장을 냈다. 포커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블러핑’의 존재는 인공지능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경기의 중반을 넘어선 22일, 인공지능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과의 교수인 튜오머스 샌덤(Tuomas Sandholm)과 박사과정 학생 노엄 브라운(Noam Brown)이 설계한 인공지능 리브라투스(라틴어로 ‘균형잡힌’이란 뜻)는 프로 선수 4명과의 대결에서 이날까지 70만1242 달러 어치 만큼 앞서 나가고 있다. 경기는 게임회전이 빠르며 베팅 금액이 높아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카지노에서 인기가 높은 ‘노리밋 텍사스 홀덤’ 규칙으로 진행 중이다. 이 규칙은 각자의 손에 든 카드 2장과 서로 공유하는 커뮤니티 카드 5장을 조합해 점수가 높은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리브라투스와 맞붙었던 한국계 미국인 프로선수 김동규씨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패배를 선언했다. 앞서 김씨는 2015년 클라우디코란 이름의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 그가 클라우디코를 이긴 유일한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리브라투스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패가 좋지 않아도 세게 베팅을 하거나, 패가 좋아도 베팅 금액을 낮게 부르는 등 ‘블러핑’을 적절히 사용하며 인간 프로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김씨는 <한겨레>와 트위터 메신저로 나눈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포커를 할 때 특정한 경향성이 있고, 베팅하는 크기 역시 그런데, 리브라투스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블러핑을 더 잘했고, 더욱 공격적이었다. 상대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프로 포커 선수 김동규씨. 카네기멜론대 제공

포커 게임이 바둑과 같은 다른 게임과 다른 점은 몇 개의 카드는 숨겨져 있고, 주어진 시간 안에 일부 카드만 보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노리밋 텍사스 홀덤 같은 게임에서는 블러핑을 포함한 복잡한 베팅 전략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간단하지 않다.

카네기멜론대 튜오머스 교수팀은 리브라투스의 인공지능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과의 경기 도중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음성원 기자 [e-mail]

카네기멜론대 튜오머스 샌덤 교수. 카네기멜론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