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같은 곤충은 애벌레에서 성숙하면 성체로 변태한다. 이 변태를 통제하는 곤충 내부 메카니즘, 변태가 어떻게 시작되고 왜 역방향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일본 시즈오카대와 츠쿠바대 곤충학자들이 공동 연구로 이 신비의 영역에 한 걸음 다가섰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곤충학자 나오키 아먀나카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은 과일파리를 연구해 과일파리 구더기 속의 디엔에이 양이 성충으로의 변태 과정에 시동을 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최근 학계에 보고했다. 과일파리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생산하는 세포들은 세포분열 없이 디엔에이를 계속 복제해 핵을 크게 만드는데, 바로 이 스테로이드 호르몬 생산 세포 속에 존재하게 되는 디엔에이의 양이 과일파리가 언제 변태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곤충의 변태가 왜 인간의 사춘기와 같이 불가역적인지 설명해준다. 디엔에이 복제는 반대로는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세포가 디엔에이 양을 증가시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과학저널 <플로스 유전학>에 실린 연구 논문에서 “곤충을 성체로 전환시키는 타이밍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었는데, 우리는 영양의존 엔도리플리케이션, 즉 세포분열 없는 디엔에이 복제가 스테로이드 합성 세포 안에서 내장된 타이머로서 기능한다는 것을 보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단기적으로 농사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의 스테로이드 생산 신호 경로를 조작해 농업 해충들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활용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폐경기와 같은 스테로이드 관련 증상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곤충으로 치면 변태라고 할 법한 사춘기와 같은 인간의 성적 성숙도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의해 통제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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