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와 국제통역번역협회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 번역대결’에서 대회 관계자들이 구글, 네이버, 시스트란 등 인공지능 번역기에 문장을 입력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전문 번역사와 인공지능 번역기가 번역 대결을 펼쳐 정확도 등에 따라 승패를 가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인간과 인공지능이 이번에는 번역으로 맞붙었다. 인간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승패보다는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 나왔다.
국제통역번역협회와 세종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대결’이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21일 열렸다.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다수의 예상을 깨고 최고수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누른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이날 대결에는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등 수십 개 언론 매체가 몰렸다.
대결은 인간 번역사 4명과 인공지능 번역기 3개가 같은 과제를 번역하면, 출제자인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협회 전문가 3인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간 번역사 대표는 30살 젊은 여성부터 55살 남성까지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전문 번역사들이 맡았다. 인공지능 번역은 구글 번역, 네이버 파파고, 시스트란 번역기가 맡았다.
평가 결과 30점 만점에 인간 번역사는 평균 24.5점, 기계 번역은 10점으로 인간이 월등한 점수를 받았다. 평가 과제는 문학 영어→한글, 한글→영어와 비문학 영어→한글, 한글→영어 등 4개였는데, 인간 번역사는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50분 동안 진행했고, 기계 번역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인터넷 번역 서비스에 과제를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세종대와 국제통역번역협회가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인간 대 인공지능 번역대결’이 열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번역은 바둑처럼 승부가 명확한 대결이 아니기 때문에 승패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이날 같은 곳에서 열린 인공지능 번역 토론회에 참석한 인공신경망 기술기업 ‘솔트룩스’의 신석환 부사장은 “바둑은 승부가 명확한 게임이지만 번역은 승패의 절대적 기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계 번역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주최 쪽에 자사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해도 괜찮다고 했을 뿐, 이번 대회에 간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공신경망 기계 번역의 빠른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고민할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계 번역 전문기업 시스트란의 김유석 전략 담당 상무는 “번역 분야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 협업을 만들려는 노력은 오래됐다. 지난해 인공지능 번역 등장의 의미는 기계가 인간과 협업할 수준이 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번역 관련) 업무 흐름을 (인간과 기계가 나눠)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 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허명수 한국번역학회 회장은 “기계 번역을 활용할 줄 아는 번역가를 기르는 교육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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