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촉각 원리를 직접적으로 구현해 소리에서부터 혈압 및 일반 터치, 물체의 하중까지 인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 초저전력, 고신축성 전자피부’ 모식도.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제공
국내 연구팀이 사람 등 포유류가 외부 압력을 느끼는 피부의 촉각세포 원리를 원용해 소리에서부터 혈압, 가벼운 터치, 무거운 물건의 하중까지 폭넓고 정확하게 감지하는 ‘똑똑한’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숭실대 김도환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생물화학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3일 “포유류의 촉각세포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물체의 하중을 정밀하게 감별하는 초고감도·초저전력·고신축성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이 전자피부가 부착된 차세대 소프트로봇이 촉각 피드백을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알려주거나 정교하고 세밀한 수술을 하는 일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4일(현지시각)치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전자피부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지능형 로봇을 개발할 때 사용자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되먹임(피드백)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단의 하나로 연구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의 전자피부는 1㎪ 미만의 적은 압력에서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계가 있어, 수㎪에서 ㎫의 압력까지 느끼는 사람 피부보다 민감도가 떨어졌다. 1㎩(파스칼)은 1㎡ 당 1N(뉴턴)의 힘이 작용할 때의 압력을 말한다. 뉴턴은 1㎏의 질량을 갖는 물체를 매초 1m만큼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힘(1㎏·m/s²)으로 정의된다.
연구팀은 지난 2014년 규명된 포유류 피부의 대표적 촉각수용체 가운데 하나인 메르켈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피에조2(Piezo2) 단백질의 압력자극 센싱 메커니즘을 모사한 ‘점-유탄성’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피부에 존재하는 메르켈 세포 안의 피에조2 단백질은 대표적인 생체이온이 이동하는 채널로, 평상시에는 닫혀 있지만 기계적인 자극이 발생하면 ‘점-유탄성’ 원리에 의해 열리게 돼 이온이 이동한다. 이런 이동의 흐름은 전기적인 신호를 발생시켜 뇌에 전달돼 외부 압력을 인지하게 된다. 점-유탄성이란 탄성과 점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고체 안에 유체가 점성을 갖고 흐르는 성질을 말한다.
전자피부에서는 이를 모사해 기계적인 자극이 발생하면 폴리우레탄 고분자의 변형에 의한 ‘점-유탄성’ 원리로 이온성 액체가 이동해 전기적 신호의 변화를 유도해 외부 압력을 인지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우선 화학적으로 하드 블록과 소프트 블록으로 구성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고분자를 설계했다. 열 가소성이란 열을 가하면 녹고 온도가 낮아지면 고체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말한다. 이 고분자를 이온성 액체와 혼합해 고투명, 점-유탄성 고분자 박막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 크기의 패턴 구조가 도입된 패치형 압전전기용량방식(압력에 따른 전기용량의 변화를 이용하는 방식)의 전기이중층 소자를 제작했다. 박막이란 기계 가공으로는 만들 수 없는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가량의 두께를 말한다.
이 소자는 1㎷(밀리볼트)의 저전력으로 구동되고 기체의 흐름이나 소리 파동처럼 수㎩에서 물체의 하중처럼 ㎫ 단위의 자극을 정확하게 분별해낸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터치스크린뿐만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간 촉각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생체진단·치료 및 수술용 소프트 로봇과 같은 보건, 의료 등 헬스케이시스템, 재난 구조, 방위산업 등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위 그림> 인간피부의 압력인지 원리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피부에 존재하는 메르켈 세포 안 존재하는 피에조2 단백질은 대표적인 생체이온이 이동하는 채널로서, 평상시에는 닫혀 있지만 기계적인 자극이 발생하면 '점-유탄성' 원리에 의해 열리게 돼 이온이 이동한다. 이런 이동의 흐름은 전기적인 신호를 발생시켜 뇌에 전달돼 외부 압력을 인지하게 된다. <아래 그림> 생체 모사형 전자피부의 압력인지 원리 메르켈 세포에 존재하는 피에조2 단백질과 동일하게 기계적인 자극이 발생하면 폴리우레탄 고분자의 변형에 의한 '점-유탄성' 원리로 이온성 액체가 이동해 전기적 신호의 변화를 유도해 외부 압력을 인지하게 된다. 자료=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