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나사 소속 우주인 셰인 킴브루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탐사기밀실에서 양쪽 우주복 사이에 누운 채 공중에 떠 있다. 나사 제공
2015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던 <마션>은 화성 탐사 중 모래폭풍을 만나 혼자 고립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생환하는 공상과학영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행성과학 분야 책임자인 제임스 그린은 “영화의 80~90%는 나사 화성프로젝트(EMC·화성이주계획)의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인들이 입고 있는 우주복도 영화에 적용된 10여가지 나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영화 제작진은 나사가 춥고 공기가 희박한 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하고 있는 유연하고 편안하면서 튼튼한 우주복 모델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나사는 심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새로운 우주복을 개발하는 데 10년 넘게 2억달러(2200억원)를 쏟아붓고도 탐사에 맞는 우주복을 확보하는 데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나사 감찰관실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나사의 우주복 개발 사업은 달왕복프로그램 우주복(1억3560만달러), 첨단우주복(5160만달러), 우주왕복선 후임으로 화성이주계획에 쓰일 오라이온우주선 우주복(1200만달러) 등 세 축으로 추진돼 왔다. 나사 감찰관실은 “존슨우주센터(JSC)의 달탐사 취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나사가 우주복 개발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바람에 명확하게 중요하지 않은 미래 우주복을 제작하는 데 2011~2016년에 8080만달러(900여억원)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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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우주복 관리와 개발’이라는 제목의 감사보고서는 “우리는 존슨센터 집행부가 중단을 권고한 뒤에도 그 사업에 계속 투자를 하기로 한 나사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감사 이유를 들었다.
감찰관실은 차세대 우주복 시제품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퇴역할 것으로 예정돼 있는 2024년까지 그곳에서 시험을 해볼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감사보고서는 미래의 우주복이 개발되고 있는 동안 나사는 2024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유영에 사용할 기존 우주복 재고를 유지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고했다. 이런 어려움은 우주정거장 수명이 2028년까지 연장되면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별도로 나사는 또한 오라이온우주선 승무원들의 비행을 위해 오렌지색 ‘호박복’을 개량하고 있다. 오라이온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차세대 우주발사시스템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Space Launch System)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감찰관실은 2021년 가을에 발사하기로 예정된 오라이온우주선 승무원들에게 제공할 여압복(Launch-Entry Suit)을 준비하기에 일정이 빡빡하다고 말했다. 물론 2021년 발사라는 일정은 다른 감사에서 실현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 나사의 내부 목표이기는 하다.
우주복의 효용성은 나사가 우주선 프로젝트를 출범시킬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곧 마무리되는 한 연구는 밝히고 있다.
나사는 우주복 기술이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다른 곳에서 시험돼야 할지 개략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포함한 감찰관실의 권고사항에 동의했다. 감찰관실은 나사의 우주탐사 목표, 우주비행사들의 요구사항들, 2024년 퇴역하는 우주정거장 일정에 맞춰 차세대 선외활동(EVA) 우주복 디자인, 생산, 시험에 대한 공식적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것, 현재의 선외활동복(
사진·EMU·우주선 밖에서 우주인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느 배낭 모양의 우주복)을 계속 유지할 때와 새로운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해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분석을 할 것, 기존의 선외활동, 발사, 진입, 탈출 때의 우주복시스템에서 배운 교훈들을 미래의 우주복시스템 개발에 적용할 것 등을 나사 집행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나사 유인우주비행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윌리엄 게르스텐마이어는 감찰관실이 8000만달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돈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취소한 달왕복프로그램(Constellation Program) 때 맺은 계약을 지속하는 데 쓰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존슨우주센터는 2011년 오션니어링 인터네이셔널사와 맺은 우주복 개발사업 계약을 “당해연도에만 50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며 해지하라고 권고했다.
감찰관실은 이 우주복 개발사업이 업무가 중복되는 데다 나사가 같은 시기에 투자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선 것도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서도 게르스텐마이어는 “그 사업은 현재의, 또한 미래의 우주복 설계에 유익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감찰관실에 제시된 사실들이 보고서의 이 부분을 지지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차세대 우주복 개발은 선외활동복(EMU)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MU는 1970년대에 우주왕복 프로그램을 위해 제작됐으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금도 쓰이고 있다. 나사는 18개 세트의 배낭모양 생명유지장치 가운데 11세트를 갖고 있는데, 재고량이 국제우주정거장이 예정된 은퇴 때까지 유지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새 우주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명확하지 않지만 2억5000만달러는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얀색 선외활동복은 나사가 2030년대를 목표로 추진하는 유인탐사프로그램에 따라 심우주나 화성 및 화성의 위성 표면에서 활동하기 위해 디자인 되어 있지 않다. 우주인들이 지금과 그때 사이에 어떤 임무들을 수행할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우주인(Astronaut) 빌 맥아더(왼쪽)와 러시아 우주인(Cosmonaut) 발레리 토카레프가 각자의 우주복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나사 제공
감사보고서는 “공식적인 계획과 미래 임무를 위한 특정된 목표가 없는 상태는 우주복 개발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탐사) 임무가 다르면 (우주복) 디자인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더욱이 나사는 우주 거주처럼 다른 시급한 용도의 우주복 개발에 배정된 예산을 줄였다.
나사 연구자들은 250마일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새로운 우주복 기술을 선행 시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시제품이 2023년 이전에 우주정거장에 납품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우주정거장 시험 없이는 임무 수행에 영향을 주고 우주인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기술적 문제들을 탐사 활동 중에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나사 우주인들의 생사는 극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주복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