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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나라다운 나라의 과학다운 과학은?

등록 2017-05-24 09:54수정 2017-05-24 10:00

새 정부에 바란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어떤 가치를 지향할까?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첨단 연구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어떤 가치를 지향할까?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첨단 연구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저희는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는 젊은 연구자들입니다. 지난달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저희는 유력 후보 다섯 분의 과학기술 공약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scienceon.hani.co.kr/517144). 분석은 두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로 후보들의 과학기술 육성·지원 공약을 살펴보았습니다. 대체로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처할지, 연구개발은 어떻게 지원할지, 과학기술 인력 육성·지원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번째는 환경, 에너지, 재난 대처와 같은 분야의 정책에서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이 분야들은 과학기술정책의 범주에 잘 포함되진 않지만, 과학기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읽어내고자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과학기술 지원 공약의 핵심은 ‘사람 중심 과학기술’입니다. 여기에서 ‘사람’은 과학자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여 연구활동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청년, 여성, 신진 과학기술인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하고, 정부출연연구소의 자율성을 높여 과학자들이 더욱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공약을 통해 과학자들이 국가 발전에 동원되는 ‘인력’이 아니라 연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대우받고, 일상에서 성실히 일하는 연구자가 더욱 존경받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과학기술의 ‘사람’에 과학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은 과학기술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민도 과학기술의 ‘사람’입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혜택 앞에 종종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합니다. 과학기술은 때로 필요한 곳까지 닿지 않거나, 특정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특혜 받은 소수의 이익을 더 많이 대변합니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기술은 노인이 배제되기 쉬운 대표적인 기술입니다. 철도와 고속버스 모두 모바일 예매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창구 앞에 긴 줄을 서거나 표를 구하지 못해 난처해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노인입니다. 또 지난 정부의 권력자들이 노화 방지와 피부 미용을 위해 줄기세포 시술을 수차례 받았다는 사실은 난치병 치료를 약속했던, 그래서 참여정부의 지지를 받았던 줄기세포 연구가 어떻게 소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과학기술이 늘 모든 이에게 동등한 이익을 줄 것이라는 주장에는 비판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이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도 경계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환경과 재난 문제 등에 과학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공약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의 경우, 학교 등 공공시설에 공기청정기와 측정기를 설치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경보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새 기술 도입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버튼 누르듯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예측한 대로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거나,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내놓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 기술이나 법제도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유지와 관리, 보수 체계를 공고히 갖추는 일이 새 기술을 도입하는 일만큼 중요한 까닭입니다.

사이언스온 ‘여덟 갈래 정책 산책’ 연재 필진
사이언스온 ‘여덟 갈래 정책 산책’ 연재 필진
지난겨울 광장의 시민은 질문을 받지 않는 대통령, 논리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누구나 권력에 대해 정당하게 질문할 수 있고, 권력은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의 과학에도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과학의 사람들’이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도, 과학도 합리적 질문과 대답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취임사에서 약속하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은 ‘과학다운 과학’을 찾아가는 일과 함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사이언스온 ‘여덟 갈래 정책 산책’ 연재 필진(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대학원생·박사후연구원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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