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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까마귀는 4살짜리 아이보다 똑똑하다

등록 2017-07-14 02:59

미래의 더 나은 보상 위해 기다릴 줄 알아
‘유연한 계획 능력=유인원 특성’ 가설 깨져
스웨덴 연구팀 <사이언스>에 연구 논문 발표
까마귀들은 사람처럼 미래에 받을 더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유연한 계획 인지능력’을 지녔음이 스웨덴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사이언스> 제공
까마귀들은 사람처럼 미래에 받을 더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유연한 계획 인지능력’을 지녔음이 스웨덴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사이언스> 제공
사람은 가까운 미래의 저녁 모임을 기획하고 먼 미래의 은퇴생활을 구상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의 감각적인 현실과 떨어져 있는 여러 상황을 계획해내는 유연한 인지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침팬지도 보상을 받기 위해 계획적으로 기다리는 ‘유연한 계획 능력’을 지닌 것으로 실험에서 밝혀졌다. 반면 원숭이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없었다. ‘유연한 계획 능력’은 인류와 같은 혈통의 동물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고유 특성일까? 스웨덴 과학자들이 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니다”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스웨덴 룬트대 인지과학부 연구팀은 14일(한국시각)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까마귀들을 실험한 결과 즉각적인 보상보다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최장 17시간 동안 계획적으로 기다리는 인지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다섯마리의 까마귀를 대상으로 특정 도구를 사용하면 보상(먹이)이 들어 있는 상자가 열리는 과정을 훈련시켰다. 까마귀들에게 상자가 열리게 할 수 있는 올바른 도구와 가짜 도구를 섞어 주자, 까마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올바른 도구를 선택했다. 15분 뒤 다른 곳에서 상자가 주어지는 상황에서도 까마귀들은 올바른 도구로 선택해 보관했다 사용했다. 성공 확률은 86%에 이르렀다. 시간을 17시간까지 늘렸을 때도 비슷한 확률로 도구를 보관했다 사용했다. 연구팀이 다음날 보상과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선택하도록 했을 때도 까마귀들은 78%의 높은 확률로 토큰을 보관했다 사용했다.

연구팀은 또 까마귀들이 15분 뒤에 일어날 보상을 위해 자기 통제력을 지녔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까마귀들에게 가짜 도구와 올바른 도구, 즉각적인 보상을 주었을 때 올바른 도구를 선택한 경우가 73.8%였다. 올바른 도구를 교환토큰으로 바꿨을 때도 토큰을 선택한 경우가 73.2%에 이르렀다. 까마귀들이 15분 뒤에 받을 보상을 위해 자기통제를 하는 인지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도구를 사용한 같은 실험에서 까마귀의 성공 확률은 유인원과 비슷한 정도였으며, 교환 토큰을 사용한 실험에서는 오랑우탄이나 보노보, 침팬지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까마귀들이 첫번째 시도에서 성공한 확률은 비슷한 다른 연구에서 4살짜리 아이들이 수행했던 결과보다 높은 값이었다.

연구팀은 “사람과 침팬지 등 유인원들한테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유연한 계획 능력’이 까마귀에게도 있음이 규명됐다. 까마귀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이 적어도 3억2천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에, 까마귀의 ‘유연한 계획 능력’은 진화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획득된 인지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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