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은 쥐도 도박에 빠지게 한다

‘터치스크린 방식 도박성 게임 동물모델’ 최초 개발
연세대 김정훈 교수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
실험쥐 기질과 환경에 따라 게임중독 성향 달라져

국내 연구진이 실험쥐들도 기질과 환경에 따라 도박 성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도박성 게임 동물모델’을 처음 개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도박성 게임 동물모델’을 처음 개발해, 실험쥐들의 성격과 환경에 따라 게임중독 성향이 달리 나타나고 코카인이 쥐의 도박 성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의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18일 “쥐들에게 터치스크린을 접촉하면 설탕먹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 실험해보니 기질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도박성 게임 등 행위중독 연구에 활용할 터치스크린 방식의 동물모델을 개발하기는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연구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험쥐들을 두 마리씩 또는 한 마리씩 사육하면서 터치스크린 화면에 빛이 나오는 작은 사각형 모양의 윈도를 4개 제시해 하나를 선택하도록 훈련시켰다. 불이 들어오는 윈도를 쥐가 코로 건드리면 어떤 것은 설탕(보상)이 나오고 어떤 것은 게임이 일시적으로 멈추도록(처벌) 했다. 4개의 윈도는 보상과 벌이 다른 비율로 나오도록 고안됐다.

실험 결과 쥐들이 윈도를 건드렸을 때 나오는 보상과 처벌의 비율을 체득한 뒤 어떤 쥐들은 당장은 보상이 많았다 해도 점점 보상 양이 적어지는 윈도는 회피하고 당장 보상이 적더라도 시간이 지나 궁극에는 전체 양이 많아지는 윈도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들 보통 쥐를 ‘위험회피’ 무리로 분류했다. 또 다른 쥐들은 전체 보상 양은 적더라도 당장 일시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한번에 많은 양의 보상이 나오는 윈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도박 성향 쥐는 ‘위험추구’ 무리로 분류됐다.

연대세 의대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두 무리를 다시 각각 둘로 쪼개어 한쪽은 식염수를, 다른 한쪽은 마약성분인 코카인을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번씩 먹인 뒤 2주일 동안 아무 약물을 주지 않고 사육했다. 약물을 끊어 금단현상으로 인해 코카인을 더욱 갈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2주가 지난 다음날 모든 쥐에게 코카인을 한번 먹이고 똑같은 터치스크린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애초 위험회피군이었든, 위험추구군이었든 상관없이 모든 쥐들에게서 위험추구 선택 비율이 높아졌다. 다만, 위험회피 성향을 보였으면서 홀로 사육해온 쥐들에게서는 이런 위험추구 성향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가 도박이나 도박성 게임에서 흔히 관찰되는 위험추구 성향 행동이 코카인처럼 중독성 약물에 의해 더욱 악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행동선택이 기질 자체만이 아니라 공동사육이냐 단독사육이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정훈 교수는 “임상에서 중독질환 관련 환자의 진단과 치료 기준이 환자의 기질과 환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주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