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1950년대 이래 60여년 동안 83억톤이 생산돼 대부분 매립장이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폴리옥시벤자일메틸렌글리콜란하이드리드(polyoxybenzylmethylenglycolanhydride)라는 긴 화학명을 가진 최초의 인공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Bakelite)가 합성된 건 1907년이다. 벨기에계 미국인인 레오 베이클랜드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반응시켜 베이클라이트를 합성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다. 세상에 등장한 뒤 플라스틱은 건축자재인 철과 시멘트 정도를 예외로 하고 인공 소재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특히 일회용 포장재료로 주로 쓰여 국민소득 중상위권 국가의 도시고형폐기물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이 1960년대 1%에서 2005년 10%까지 급증했다.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아 영구히 제거하려면 연소나 열분해 등 열처리를 해야 한다. 2010년 한해만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400만~12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오염은 심각하다. 플라스틱은 그동안 얼마나 생산되고, 얼마나 버려졌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은 19일(현지시각)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1950~2015년 66년 동안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으로 이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폐기된 쓰레기 중 일부만 재활용(9%)되거나 소각(12%)되고 나머지(79%)는 매립되거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졌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을 고분자 수지와 합성섬유, 미세 첨가물로 나눠 생산량과 폐기량을 조사했는데, 수지와 섬유의 연간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에서 2015년 3억8천만톤으로 190배 늘어났다. 연평균 성장률이 8.4%로, 같은 기간 세계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2.5배 높았다. 66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이 최근 13년 동안 생산될 정도로 플라스틱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수지의 28%, 섬유(폴리에스터, 폴리아미드, 아크릴·PP&A)의 68%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산용량은 400만톤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께 수지는 260억톤, 섬유(PP&A) 60억톤, 첨가제는 20억톤까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보면, 그동안 생산된 83억톤의 플라스틱 가운데 30% 가량인 25억톤이 새 상품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고 폐기된 63억톤 가운데 6억톤이 재활용되고 있다. 여러 차례 반복 재활용되는 양은 1억톤에 지나지 않아 한번 재활용된 나머지 5억톤은 다시 버려지거나 소각됐다. 전체적으로 800톤이 소각되고 49억여톤이 매립지에 쌓이거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졌다. 플라스틱은 햇빛에 의해 밀리미터나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분해돼도 미세플라스틱 덩어리로 남아 해양이나 담수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이 육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잘 밝혀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생산돼 폐기된 플라스틱 가운데 재활용된 것은 6억톤(9%)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팀은 현재의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패턴이 이어지면 2050께 재활용률이 44%까지 늘어나 재활용 플라스틱 양이 90억톤으로 늘어나고 소각률도 50%까지 증가해 120억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매립지나 자연환경에 그대로 버려지는 비율은 현재 58%에서 6%로 크게 줄어들어도 절대량은 120억톤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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