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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유전자가위가 넘어야 할 문턱 ‘표적 안전성’

등록 2017-07-31 11:10수정 2017-07-31 11:14

[미래&과학]
DNA 표적 찾아 바꾸는 ‘유전자가위’
표적 밖 의도 않은 변이 일으킬 수도
‘생각보다 변이 많다’ 논문 나오자
“실험-해석 잘못” 반박논문 잇따라

“표적이탈 무시할 정도” 주장 속
“용인될 수 있는 수준 평가” 목소리
유전자 가위에 의해 디엔에이의 특정 지점이 절단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맥거번 뇌연구소(MIBR) 제공, 유튜브 갈무리
유전자 가위에 의해 디엔에이의 특정 지점이 절단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맥거번 뇌연구소(MIBR) 제공, 유튜브 갈무리

이른바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혁신적인 유전자 편집 기법인 ‘크리스퍼/카스9’ 기술은 이제 실험실의 기초연구뿐 아니라 농수축산물의 품종 개량이나 유전질환 치료 임상시험에 쓰일 정도로 응용 분야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세포핵 안에 들어가 디엔에이(DNA) 중에서 표적(타깃)으로 삼은 염기서열 지점을 찾아가는 ‘안내자 아르엔에이’(gRNA)와 그 지점을 자르는 ‘절단효소’(Cas)가 짝을 이룬 복합분자가 그 기술의 핵심이다.

그런데 유전자 가위가 유전자 치료로 나아가는 데엔 넘어야 할 ‘안전성’ 검증의 문턱이 놓여 있다. 특히나 표적 아닌 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변이를 일으키는 이른바 ‘표적 이탈’(오프타깃) 문제의 검증은 그 문턱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유전자 가위는 표적 유전자를 정확히 절단하고 교정할 수 있지만, 또한 표적 아닌 지점에도 변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표적 이탈을 줄이는 기법들이 이미 충분히 개발됐다”는 주장과 함께, 안전성을 위해 ‘용인될 수 있는 표적 이탈 수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관심사 된 ‘표적 이탈 변이’ 효과

유전자 가위의 표적 이탈 효과를 줄이려는 여러 연구가 성과를 내면서 가라앉는 듯하던 이 문제를 새삼 부각시킨 것은 지난 5월 과학저널 <네이처 메소드>에 실린 논문 한 편이었다(go.nature.com/2tXKOq8). 미국 스탠퍼드대와 아이오와대 등 소속 연구진은 1.5쪽의 짧은 연구 보고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성공적인 유전자 치료를 마친 실험동물 생쥐 두 마리의 유전체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해보니 흔히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의도하지 않은 변이들이 곳곳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표적 이탈 변이에 대한 기존의 검증방식이 제한적이었다면서 자신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전체 유전체에서 단일 염기 변화까지 세세히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유전자 가위를 다루는 생명공학 기업들의 주가가 한때 떨어질 정도로 표적 이탈 문제는 민감한 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나 곧이어 논문의 허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거센 반박이 이어지자 논문을 실었던 네이처 쪽은 비판을 받아들여 해당 논문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편집위원의 알림을 온라인에 실었다.

유전자 가위 분야의 권위자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교수)는 “논문의 실험 방법과 해석에 많은 문제가 있고 잘못된 결론을 성급하게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부모 세대에도 존재하는 자연 변이를 유전자 가위에 의한 변이로 오인했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단장 연구진을 비롯해 각지 연구그룹이 4편의 반박 논문을 공개형 생물학술 데이터베이스(BioRxiv.org)에 잇따라 게시하고, 원논문의 연구진도 재반박 논문을 공개했으나, 네이처 논문의 파문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bit.ly/2uV16EO).

표적이탈 줄이기 연구 어디까지 왔나

유전자 가위의 표적 이탈 효과를 줄이려는 연구는 지금 어느 정도 진전해 있을까? 방향은 크게 보아 두 갈래로 요약된다. 하나는 유전자 가위의 구성품인 절단효소 분자와 안내자 아르엔에이 분자 각각의 성능을 개량해 표적 절단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방식이다. 김진수 연구단장은 “새로운 기법들이 등장하면서 표적 이탈 변이는 관찰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라져, 표적 이탈을 더 줄일 방법을 개발하는 게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갈래에서는 유전자 가위의 작동을 필요할 때 제어하는 새로운 분자를 찾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유전자 가위의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이른바 ‘스위치 분자’에 관한 연구가 지난해 12월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근엔 한국 연구자인 신지영 연구원(박사)이 참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에 달라붙어 그 작동을 가로막는 스위치 분자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bit.ly/2tMtMP1). 스위치 분자가 마치 표적인 양 행세하면서 유전자 가위에 달라붙어 유전자 가위가 실제 표적에는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공동 제1저자인 신지영 연구원은 “유전자 가위 분자가 디엔에이 표적을 절단하기 시작하고서 6시간가량 지난 뒤에 스위치 분자(AcrⅡA4)를 넣어주었더니 유전자 가위의 표적 이탈 효과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세포에다 수많은 유전자 가위 분자를 넣어주는 현재 방식에선 유전자 가위를 일일이 완벽하게 제어하기 어렵기에, 유전자 가위를 정교화하는 연구 외에 유전자 가위를 제어하는 분자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성 평가 원칙 마련 논의도 활발

표적 이탈 ‘제로’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안전성을 위해 표적 이탈은 어느 수준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유전자 가위 기술이 주는 잠재적 혜택과 위험을 두루 고려하면서, “표적 이탈 효과의 수용 가능한 수준과 유형” 등을 결정하기 위한 정식 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 20여 나라 연구자들은 이달 초 과학저널 <트랜스제닉 리서치>에 발표한 ‘책임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 연구를 위한 합의문서’에서 인간 체세포에 적용될 유전자 치료술로서 유전자 가위의 혜택과 위험을 적정하게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용인될 수 있는 표적 이탈의 수준과 유형’에 대한 평가를 논의 대상 목록에서 앞순위에 꼽았다(bit.ly/2tB75L5).

아시아생명윤리학회 회장인 전방욱 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는 “유전체와 유전자를 변화시킬 기술은 손에 넣은 반면에,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표적 이외 지점에 생기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에 임상 적용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연구단장은 “미국 규제 당국에서 하듯이 표적 이탈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실제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여부에 평가 기준을 두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 연구가 유전자 치료술로 나아갈수록 표적 이탈 효과에 관한 연구와 논의는 점점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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