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 벵갈지역의 쌀 재배지. 인도·파키스탄 등 남아시아는 인도몬순과 관개농업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습구온도가 금세기말 치명적인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티이미지 제공.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욕서(습한 폭염) 때문에 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콩과학기술대 임은순 교수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일 “지역기후모델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의 변화를 예측해본 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인도와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이번 세기 말께 생명을 위협할 만한 습한 폭염이 닥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남아시아는 인도 몬순의 영향을 받으면서 관개농업이 주요 산업인 지역으로 습한 폭염(욕서)가 자주 발생한다. 2015년에는 폭염에 의한 온열사망자가 3500여명에 이르렀다. 연구팀 논문은 온라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우선 엠아이티(MIT) 지역기후모델(MRCM)을 이용해 RCP 4.5(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와 RCP 8.5(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로 배출되는 경우) 등 두 개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25㎞×25㎞의 상세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했다. 임은순 교수는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지역기후모델에 기반한 상세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자료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지만 연구가 주로 유럽·북미·동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 인도와 같은 지역은 지역기후모델을 이용해 지역적 특성에 맞게 역학적으로 다운스케일링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자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후자료로부터 습구온도(TW)를 계산해 열파에 따른 인간의 취약성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동시에 고려한 습구온도를 기준을 삼았다. 가령 한국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으면 폭염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같은 33도라도 습도가 50%일 때 습구온도는 24.2도인 데 비해 습도가 90%이면 31.6도로 큰 차이가 난다. 습구온도계는 온도계를 물에 젖은 거즈로 감싸놓아 일반적으로 측정값이 기온(건구온도)보다 낮다. 습구온도 35도에서 6시간 이상 노출 되면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D·RCP 8.5) 남아시아의 상당 지역에서 위험 수준의 습구온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상당히 기울여도 위험 수준의 습구온도(C·RCP 4.5)가 현재(B)에 비해 훨씬 많은 지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응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2100년께 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이 습구온도 35도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상당히 하더라도 위험 수준인 습구온도 31도에 이르는 지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는 이 지역에 위험 수준(습구온도 31도)에 이른 지역이 없지만 기후변화에 무대응하면 위험 수준에 이르는 지역이 전체의 30%에 이르렀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상당히 하더라도 전체의 2%는 위험 수준에 들었다.
임 교수는 “인도에서 히말라야 산맥 바로 아래 아주 낮은 고도의 분지 지역을 따라 습구온도 고온지역이 나타나는데 이는 인도 몬순에 따른 고온다습한 공기의 유입, 관개농업 지역에서의 지면-대기 상호작용 등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없지만 좀더 취약한 지역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지역기후모델로 취약성을 예견해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2006년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대기과학)를 받고 국립기상과학원, 싱가포르-매사추세츠공대 연합(SMART) 등에서 연구원을 지낸 뒤 지난해 홍콩과기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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