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남부에서 수집되어 학계에 보고된 결합 쌍둥이 박쥐. Y자형 척추로 두 개체로 갈라졌다. <해부·생물조직·발생학> 제공
몸은 하나인데 머리는 두 개인 ‘샴 쌍둥이' 박쥐가 브라질에서 보고됐다.
신체 일부가 결합한 쌍둥이 박쥐는 1969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학계에 보고됐다. 이번 사례는 브라질 북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교의 마르첼로 노귀에이라 박사 등 연구진이 학술지 <해부·생물조직·발생학>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서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가 되는 쌍둥이는 수정란이 너무 늦게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된 후 4~5일 수정란이 분리되면 완전한 형태의 쌍둥이(일란성 쌍둥이)가 생긴다. 그러나 13~15일까지 분열이 일어나지 않은 채 수정란이 부분적으로 분리되면 몸의 일부가 결합된다. 이런 형태의 쌍둥이를 ‘결합 쌍둥이(쌍태아)'(conjoined twin)라고 부르는데, 가장 잘 알려진 형태로 ‘샴쌍둥이'(Siamese twin)가 있다.
이 쌍둥이 박쥐는 2001년 리우데자네이루 농촌연방대학교 유문암연구소에 기증됐다. 당시 이 학교는 쌍둥이 박쥐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지만, 노귀에이라 연구팀이 망고나무 저장고 주변에서 발견해 분석을 시작했다. 기증 당시 정확한 기록이 없어, 이 쌍둥이 박쥐가 사산 후 수집된 개체인지, 출생 직후 죽은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결합 쌍둥이 박쥐의 엑스선 촬영 사진. 목뼈에서 갈라져 동일한 크기의 두개골로 이어진다. <해부·생물조직·발생학> 제공
노귀에이라 연구팀이 엑스선 촬영을 한 결과, 쌍둥이 박쥐의 골격은 와이( Y)자 모양의 척추를 통해 두 개체로 분리되고 있었다. 두개골은 동일한 크기로 좌우에 위치했다. 일반적인 인간 샴쌍둥이와 달리 경추(목뼈) 상부만 복제됐다는 게 특징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초음파 촬영을 통해 두 개의 심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신열대과일박쥐 속에 속하는 박쥐로 추정된다. 브라질 남부에는 이 속의 박쥐가 총 4종 있는데, 그중에 짙은갈색과일먹는박쥐(
Artibeus obscurus)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쥐는 보통 번식 때 한 마리만 낳는다. 번식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일반적인 쌍둥이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박쥐 연구자 다니엘 어반의 경험울 소개하면서, 그가 5년 동안 쌍둥이 박쥐를 본 것은 한두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합 쌍둥이 박쥐를 만나는 건 더 어렵다. 스콧 피터슨 사우스다코타 주립대 미생물학 교수는 그렇다고 결합 쌍둥이 박쥐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드물게 나타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이 매체에 밝혔다. 결합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내 숨졌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박쥐에 대해 해부 등 ‘침습적 연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침습적 연구는 주사, 해부 등을 통해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는 연구다. 이 연구에 참여한 다니엘 어반은 “매우 희귀하고 귀중한 샘플이다. 한번 침습적 연구를 하면 그것으로 끝이므로, 사체를 훼손하지 않고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논문 정보 DOI: 10.1111/ahe.12271)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