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과거 황우석 사태와 연루된 자신의 행적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본인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본부장 자리를 사퇴할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 본부장은 10일 오후 2시30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계 원로와 관계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황우석 사건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임명과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과기혁신본부 출범에 기대를 갖고 계신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전 참석자들을 향해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는 황우석 사건과 관련해 “사건 직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해 11년 동안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을 안고 지내왔다. 여러번 사과의 글을 썼으나 어느 곳에도 밝히지 못했다”며 “황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기에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황우석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데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국가혁신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운영하겠다. 과학기술 혁신체계 제대로 만들겠다. 참여정부 때 많은 시간 토론해 마련한 과학술 혁신방안을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덕을 용서해주시고 일할 기회를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간담회 뒤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황우석씨와 교류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우연한 기회에 모임에서 얼굴이 마주친 적은 있다”고 했다.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 기획 단계에 참여해 세부과제를 맡았는데 어느날 이동중에 황 박사 전화를 받고 세부과제 책임자로서 공저자로 넣는다는 말에 동의를 했다. 좀더 신중하게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겠다고 하지 않은 점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정책간담회 참석자들은 전직 과기부 장관과 과기부 출신 관료들이 절반 가까이 된 데다 발언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박 본부장의 임명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일관해 간담회 취재를 하던 기자들로부터 “(박기영) 지지모임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