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약물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거나 직접 세포를 죽게 만들 수 있는 분자 모터가 개발됐다.
영국과 미국 공동연구팀은 31일(현지시각) 하나의 분자로 이뤄진 나노기계가 초당 200만~300만번 회전을 해 세포막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시연해 보인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들은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베르나르트 페링하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의 분자기계를 밑그림 삼아 보트의 노처럼 생긴 원자 사슬 모양의 분자 모터를 만들었다. 이 모터가 8~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세포벽을 뚫으려면 2~3메가헤르츠의 속도로 회전해야 주변 분자의 방해나 미세한 입자들의 움직임인 브라운 운동을 극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자외선을 쬐어 나노기계가 초당 수백만번을 회전하도록 했다. 분자 모터는 머리카락 안에 일렬로 세우면 5만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연구팀은 분자 모터를 응용해 약물 전달용이나 세포사멸 유도용 등 여러 종류의 목표지향형 나노기계를 만들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사진 <네이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