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에서 정거장으로. 인류의 우주 탐험에서 달의 역할이 조정된다.
반세기 전 인류의 최종 목적지였던 달이 이제 먼 우주로 가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정거장으로 더 가까워진다. 인류의 우주 탐험 영역이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로 확장되는 데 따른 변화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은 지난달 27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제68회 국제우주대회에서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만드는 데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나사가 2030년대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화성 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나사는 러시아 등과 함께 2020년대 초반까지 달 궤도에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eep-Space Gateway)라는 이름의 우주정거장 모듈을 구축할 계획이다.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로 가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될 이 우주선은 앞으로 적어도 10년 동안 우주 비행사의 주요 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나사는 밝혔다. 이는 1972년 아폴로 달 착륙 프로그램이 끝난 이래 처음으로 지구 궤도 너머로 인간의 존재 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나사의 차세대 로켓 SLS와 우주선 오리온을 이용해 이곳으로 갈 예정이다.
2024년 퇴역하는 국제우주정거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러시아는 그동안 유럽, 캐나다, 일본 등 다른 협력국들과 달리 이 구상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현재 운영중인 국제주우정거장의 핵심 멤버인 러시아가 동참하게 됨으로써 달궤도 정거장 계획도 좀 더 힘을 받게 됐다. 러시아가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2024년으로 예정된 국제우주정거장 퇴역 이후에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고수할 경우 엄청난 자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러시아는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낼 만큼 강력한 로켓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최근 2020년대 말로 미룬 바 있다.
앞서 나사는 지난 5월 발표한 화성 탐사 계획에서 달 공전궤도에 새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6차례에 걸쳐 모듈을 쏘아 올려 조립 완성하게 될 이 우주정거장에는 우주비행사 4명이 상주하도록 할 예정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이곳에 머물려 화성 탐사에 필요한 각종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정거장은 향후 화성탐사선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게 된다. 나사는 2020년대 후반부터는 ‘딥 스페이스 트랜스포트’(Deep Space Transport)'를 달 궤도 우주정거장에 보내 화성여행에 대비한 장기체류 실험을 진행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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