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석탄화력발전소건설반대범시민연대 등 강원 삼척지역 주민들이 지난 6월19일 오후 청와대 인근 서울 신교동 푸르메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삼척 적노동에 계획된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석탄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화석 연료다. 인간이 석탄을 태울 때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서 지구의 적외선 복사에너지가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온실효과를 강화시켜 지구 온도를 끌어올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골칫덩이인 석탄이 3억여 년 전 처음 만들어질 때는 온난화와는 정반대로 지구를 마치 거대한 눈뭉치가 되기 직전 수준까지 급속히 냉각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가 지난 9일 온라인에 먼저 공개한 논문에서 수 억년 전 지구에 나타난 급격한 냉각화의 원인으로 지구의 자전축과 태양의 둘레를 도는 공전 궤도의 변화와 함께 석탄 형성에 따른 거대한 냉각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금 인간이 땅 속에서 캐내 쓰고 있는 석탄은 수 억년 전 석탄기 후기와 페름기 초기까지 지구에 번성했던 식물들이 땅 속에 묻힌 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탄화된 것이다. 나중에 석탄이 된 막대한 양의 식물이 땅 속에 묻힌 것은 그들이 자라면서 대기 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격리시킨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기후 민감도 분석, 토양과 식물 잎 화석 분석을 통해 석탄기와 페름기 때 대량의 식물이 땅 속에 묻힌 데 따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영향을 따져봤더니, 당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크게 요동치면서 현재 대기 중 농도의 4분의1 수준인 100(±80)ppm 아래까지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컴퓨터 모델링에서 전 지구적인 빙하기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0ppm에 근접한 것이다.
연구팀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가 배포한 연구 결과 보도자료에서 “오늘날 위험한 지구 온난화의 주요인인 석탄의 형성이 한때는 전 지구를 거의 빙하기로 이끌뻔 했다는 것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지구의 석탄 속에 저장돼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기후의 균형을 잃게 할 정도로 충분히 거대하다. 기후를 안정적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 아래에 유지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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