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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동굴 속 박쥐 똥무더기서 기후변화 증거 찾는다

등록 2017-10-27 17:12수정 2017-10-28 09:04

남·북극 얼음 기둥, 해저 퇴적물, 나이테 이어
배설물 퇴적 ‘구아노’ 기후변화 기록으로 연구
미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지구과학자 보댄 오낙 교수가 한 동굴에서 박쥐의 배설물이 쌓여 형성된 구아노를 살피는 모습.      보댄 오낙 제공
미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지구과학자 보댄 오낙 교수가 한 동굴에서 박쥐의 배설물이 쌓여 형성된 구아노를 살피는 모습. 보댄 오낙 제공
주로 갈매기와 같은 바닷새의 배설물이 굳어 퇴적된 구아노는 일찍부터 질소나 인산질 비료로 널리 활용돼 왔다. 박쥐는 새가 아니지만 동굴 속에 쌓여 있는 박쥐의 배설물도 마찬가지다. 미국, 루마니아, 독일 등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이 이런 박쥐 구아나에 한 가지 용도를 더 추가했다. 바로 상당히 신뢰할 만한 기후변화 기록자료라는 용도다.

과학자들은 과거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왔고 지금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자연 속 물질들에 화학적으로 담겨 있는 기록들을 뒤진다. 바다나 호수 밑바닥에 쌓인 퇴적층을 조사하고,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기둥을 뽑아내 그 속에 갇혀 있는 공기방울을 분석하고, 거대한 고목의 밑둥을 뚫어 나이테를 살핀다.

사우스플로리다대 지구화학 교수 보댄 오낙이 이끈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1200년 동안 쌓인 박쥐의 구아노에서 발견된 동위원소가 과학자들에게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온대 숲의 질소 순환은 매년 겨울철 강수량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겨울 강수량에 따른 질소 동위원소가 변화는 토양에서 식물의 잎으로, 식물의 잎에서 곤충으로, 곤충에서 다시 박쥐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는 박쥐의 구아노에 새겨지게 된다. 오낙 교수는 소속 대학이 언론에 배포한 연구 설명자료에서 이에 대해 “과학자들에게 다행스럽게도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말은 박쥐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루마니아 북서부의 한 동굴에서 최소 100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박쥐 똥이 쌓여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3m 높이의 거대한 구아노를 발견했다. 그 구아노를 이용한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연구자들은 그 지역의 연간 겨울철 강수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오랜 강수 기록을 바탕으로 그 지역의 겨울철 강수와 기후에 영향을 주는 북대서양진동(NAO) 사이의 관계를 확인해 1600년까지의 북대서양진동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박쥐 구아노를 동유럽 중부 지역의 거대 대기순환 패턴을 보여주는 고기후 기록으로 처음 제시한 연구로 꼽힌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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