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에 둥근 유리판 2개가 손안에 놓여 있다. 오른쪽은 보통 유리판이다. 주변의 흰 물체를 반사해 그 존재를 금세 알려준다. 그런데 바로 옆의 왼쪽 유리판은 희미한 둘레 윤곽만 없다면 그 존재를 알아채기 힘들다. 나노기술로 유리 표면의 반사 성질을 거의 없앤 유리다.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연구진은 유리 표면에 원뿔 기둥 모양의 미세한 나노구조 물질들을 처리해 유리판의 빛 반사를 없애는 제조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사 없는 유리는 여러 곳에 쓰일 수 있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유리 화면은 밝은 곳에선 빛을 반사해 눈에 불편함을 주는데, 반사 없는 유리가 이런 단점을 없앨 수 있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니까 태양전지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실용화 가능성이 다 입증된 건 아니다. 연구진은 내구성 시험을 아직 정식으로 거치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로선 제조 과정이 복잡해 큰 면적의 유리판을 만들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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