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한 10월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울산/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에 참가했던 최찬웅(29)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팩트체크 같은 것을 해주지 않아 답답했다. 양쪽에서 주장하는 사실 관계가 대립될 때, 이 부분을 정리해줄 역할이 없다 보니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어 시민참여단이 판단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다. 시간 관계상 질문 횟수도 한정돼 있어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10월23일치 6면) 시민참여단의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는 계속 건설하고, 원전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라’는 권고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주장과 반박이 오간 쟁점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봉합됐다. 그중에서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 단가는 가장 첨예하게 공방이 벌어진 논쟁거리였다.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서 건설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발전원별 발전원가를 제시했다. 2015년 기준 원자력은 킬로와트시(㎾h)당 49.58원인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221.28원으로 다섯배 가까이 됐다. 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발전원별 정산단가를 제시하면서 원전의 경제성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 통계를 근거로 원자력은 킬로와트시당 67.91원인 데 비해 태양광은 76.81원, 풍력발전은 82.8원이라고 제시했다. 원자력은 2012년 39.52원에서 72%가 증가한 반면 태양광은 174.59원에서 44% 수준으로 단가가 낮아졌음을 보여줬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시민참여단 강연에서 “중단 쪽 진영이 정산단가의 감소구간만 끊어 보여줬다”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보조금을 포함하면 태양광과 풍력 단가가 2015년에 비해 2016년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는 발전용량 50만㎾ 이상의 일반 발전 사업자가 의무로 구입해야 하는 증서다. 증서 구입비는 신재생에너지의 보조금으로 쓰인다. 하지만 중단 쪽에서는 “발전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확보하지 못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치솟아 생긴 현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하락은 세계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중단과 재개 쪽 공방이 수차례 반복됐지만 시민참여단은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공론화위원회도 이런 점을 반영해 최종 보고서에서 “재개와 중단 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신뢰성 있는 자료집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숙의자료는 객관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 동안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의를 바탕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놓았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은 지난 7일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 로드맵’ 토론회에서 “미래 전원의 경제성 비교는 발전 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파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정산단가는 해마다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스발전의 정산단가는 2014년 킬로와트시당 161원에서 지난해 99원으로 떨어진 반면 원자력은 같은 기간 55원에서 68원으로 올랐다. 노 실장은 “세계 모든 기관들은 경제성을 비교할 때 균등화 발전비용(LCOE)을 쓴다. 우리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원자력이 가스의 2분의 1, 재생에너지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균등화 발전비용은 건설비, 연료비, 운영비 등 발생한 비용을 생산한 전력으로 나눠 구하는 발전단가와 달리 환경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다. 건설에서 폐기까지 모든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 간 공평한 비용 비교가 가능하다.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10월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하지만 이것도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육상풍력의 균등화 발전비용을 킬로와트시당 150원으로 산출한 데 반해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113원으로 계산했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은 “균등화 발전비용을 계산할 때는 발전사업자가 지급하는 비용(사적 비용)뿐만 아니라 발전사업자가 지급하지 않지만 다른 사회 구성원이 지급하는, 즉 피해를 보는 비용(외부 비용)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때 민간워킹그룹은 이 비용을 일본의 원전 사고 비용(5.8조엔)과 세계 원전 사고 발생빈도(0.00035), 원전이용률 80%를 적용해 킬로와트시당 4.05원으로 계산한 바 있다. 이 부원장은 주변지역에 원전이 들어서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지급할 의향이 있는 금액과 일반적으로 원자력의 위험 해소를 위해 지급할 의향이 있는 금액 등을 묻는 방식으로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 각각 52.1~94.9원, 3.8~6.3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추산을 내놓았다.
노동석 실장은 “발전원 간 발전비용 등에 대해 많은 수치들이 다르게 제시되고 있다.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발전비용 평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발전비용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결과를 발표한다. 이 기구는 2011년에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비용을 5.8조엔, 사고위험대응비용을 킬로와트시당 0.5엔으로, 2015년에는 사고비용을 9.1조엔, 사고위험대응비용을 0.3엔으로 제시했다. 올해 경제산업성은 상향조정한 22조엔의 사고비용을 적용하면 킬로와트시당 0.7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사회적 비용, 특히 사고비용 등 외부 비용 산정은 불확실성이 크다. 이 가운데 사고 빈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큰 문제다. 일본의 경우 이 부분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우리의 균등화 발전원가 계산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균등화 발전비용을 산출하기로 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두 기관에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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