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뮴 노출이 많을수록 보행속도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천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담배연기나 대기오염 등을 통해 핏속에 카드뮴이 많이 쌓이면 보행속도 등 운동기능을 감퇴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천대 최윤형 교수 연구팀은 13일 “50살 이상 미국인 대상 역학조사 자료를 연구한 결과 혈중 카드뮴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보행속도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혈중 카드뮴 농도와 보행속도의 관련성에 대한 최초의 역학연구”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환경 분야 학술지 <환경오염> 인쇄판 2018년 1월호에 실린다.
카드뮴은 대기오염, 담배연기, 어패류·곡류·야채 등의 섭취를 통해 노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은백색의 중금속으로 인체에 매우 유해하며 호흡곤란, 간 기능 장애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공해병인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켰다.
카드뮴은 주로 담배연기, 대기오염, 채소·곡물·어패류 섭취 등의 경로는 통해 노출된다고 알려져 있고 많은 선진국들에서 그 노출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에서 널리 노출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미국인 장노년층을 역학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혈중 카드뮴 농도가 높은 상위 20%의 사람들은 하위 20%의 사람들에 비해 보행속도가 초당 0.18피트(ft) 가량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분당으로 환산하면 3.3미터에 이른다. 7년 동안 인체가 노화되었을 때의 보행속도 감소와 맞먹는 수치다. 보행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각종 만성 질환이나 사망위험을 예측하는 ‘생체 사인’으로 일컬어진다.
연구팀이 기존 동물실험 결과를 조사해보니, 카드뮴에 노출됐을 때 운동신경 시스템이 손상되고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이 증가해 중추신경계의 기능 약화를 일으키고 결국 신체기능의 감퇴를 가속화해 보행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윤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활환경 속의 카드뮴 노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민건강을 위한 환경보건 정책 결정에서 활용돼 운동기능 감소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