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사향제비나비 날개의 나노 구조를 태양광전지 표면에 적용하면 광전지의 광 흡수율을 최대 20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칼스루에기술연구소 제공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해양력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재생가능에너지는 아직 기후변화를 억제할 만큼 빠르게 화석에너지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광전지 패널을 깔기 위한 넓은 면적을 요구해, 토지 이용을 제약하고 또다른 환경 훼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큰 한계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은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발전 효율이 향상되면 현재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조량 부족으로 태양광 발전을 할 엄두를 못냈던 지역에서도 경제성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태양광 발전용 광전지의 광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칼스루에기술연구소(KIT) 연구팀은 이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박막 태양전지 표면 실리콘층에 나노 구조를 적용해 광 흡수율을 최대 200%까지 향상시켰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의 성공이 바로 태양광 발전 효율 200%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발전 효율은 광전지의 광 흡수율 뿐 아니라 연결된 모든 시스템의 효율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효율의 획기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엉겅퀴 씨앗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벨크로(일명 찍찍이)처럼 획기적인 발명이나 기술 진보 가운데는 자연 모방으로 이뤄진 것들이 적지 않다. 칼스루에기술연구소 연구팀이 광전지 광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나비의 날개였다.
나비 날개에는 나노 구조의 구멍들이 뚫려 있다. 이렇게 나 있는 나노 구멍들은 매끄럽기만 한 표면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의 빛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태양전지 표면 실리콘층에 인도, 중국 남부, 말레이 반도 등에 널리 분포하는 꼬마사향제비나비(
Pachliopta aristolochiae)의 날개를 본뜬 나노 구조를 재현했다.
연구팀은 나비 날개에 나 있는 다양한 나노 구멍의 직경과 배열에 따른 광 흡수율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꼬마사향제비나비의 날개에 있는 것과 같은 다양한 크기의 불규칙한 나노 구멍 배열이 같은 크기의 규칙적인 나노 구멍 배열보다 다양한 입사각의 햇빛을 안정적으로 흡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박막 태양전지 표면에 최소 직경 133㎚(나노미터·10억분의 1m)에서 최대 직경 343㎚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무질서하게 배열된 나노 구조를 도입했다. 결과는 놀라왔다. 광 흡수율을 분석해보니 보통 태양전지의 실리콘층에 비해 수직 입사광의 흡수율은 97%나 증가했다. 50도의 입사각에서는 흡수율 증가폭이 최대 207%에 도달했다.
칼스루에기술연구소의 헨드릭 홀셔 박사는 연구소가 배포한 연구 설명자료에서 “우리가 연구한 나비의 매우 어두운 검정색은 최적의 열관리를 위해 햇빛을 완벽하게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구조를 광전지 시스템에 옮겨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효과가 훨씬 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나노 구조가 산업적 규모를 포함한 어떤 형태의 박막 태양전지에도 모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