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퇴적물의 주요 구성 광물인 카올리나이트는 섭입대를 따라 물과 함께 땅 속으로 내려가다 어느 정도 깊이에서 초수화로 물을 머금는다. 다시 특정 깊이에 이르러 물을 분출하면 상부에 마그마를 형성하고 지진과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연세대 이용재 교수 제공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지구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물 먹는 광물’을 처음 발견했다. 또 이 초수화 광물이 맨틀로 변하는 과정에 머금었던 물을 분출해 지표의 화산과 지진 활동을 유발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1일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는 카올리나이트가 매우 높은 함량의 물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 초수화 카올리나이트가 맨틀 광물로 변할 때 내뿜은 물이 마그마를 형성해 지진과 화산 활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지구과학 분야 저널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렸다.
지구 속에는 지표의 세계 바닷물보다 많은 양의 물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은 지각판과 맨틀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 이용재 교수 연구팀은 도자기 원료로 쓰이는 점토광물인 카올리나이트(고령석·고령토)를 땅 속 75㎞ 깊이에 해당하는 대기압 2만5천배 압력과 섭씨 200도 온도로 물과 함께 가열했다. 그 결과 물분자가 광물의 구조 속으로 대거 유입되고 부피가 30% 이상 증가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를 초수화 광물이라 한다. 이런 과정은 ‘다이아몬드 앤빌셀’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관찰했다. 실험은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 극히 미량의 시료를 가두고 온도와 압력을 증가시키면서 방사광가속기에서 발생시킨 고에너지 고휘도의 엑스(X)-선을 다이아몬드 사이의 시료에 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이아몬드 앤빌셀 고압기를 이용한 지구 내부 연구를 형상화한 그림.
초수화 카올리나이트는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 가운데 가장 높은 물 함량을 보인다. 이용재 교수는 “초수화 카올리나이트가 만들어지는 깊이는 진원의 깊이에 따라 구분되는 천발지진과 중발지진의 경계와 일치해 지진발생 메커니즘의 변화를 새롭게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우선 초수화 카올리나이트가 좀더 깊은 곳을 들어가게 되면(섭입) 200㎞ 정도에서 맨틀 광물로 변하는데 머금고 있던 물을 주변에 분출하게 된다. 이 결과로 섭입대 상부에 마그마를 형성하고 지표의 화산활동을 일으킨다.
이용재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한 섭입대 환경은 철이 움직이고 있는 지구 외핵까지 거리의 약 15분의 1이고, 이는 지구 중심까지 거리의 약 32분의 1에 불과하다. 더 깊은 땅속을 알기 위해서는 대기압의 100만배 이상의 초고압과 수천도 이상의 초고온을 발생키셔 측정할 수 있는 극한환경 연구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년 동안 국내 포항방사광가속기와 미국·독일·중국의 가속기 연구시설을 방문해 실험을 해왔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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