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복제견인 ‘스너피’의 체세포를 사용해 복제한 재복제견들. 태어난 지 2개월째의 모습. 사이언티픽 리포츠, 이병천 교수 연구실 제공
2005년 최초의 복제견으로 태어난 ‘스너피(Snuppy)’를 다시 복제한 재복제견들이 태어났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연구진은 스너피의 체세포를 이용한 핵치환 복제 기법으로 스너피를 복제한 개 4마리를 생산했으며 이 가운데 3마리가 9개월째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네이처의 온라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보고했다. 이 연구에는 미국 미시건주립대와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소속 연구자도 참여했다.
스너피는 아프간 사냥개인 ‘타이(Tai)’의 체세포에 있는 핵을 다른 개의 난자(핵 제거)에 집어넣는 ‘체세포 핵치환(SCNT)’ 방식으로 이병천 교수 연구실에서 2005년에 태어난 최초의 복제견이다. 스너피는 10살까지 살고서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재복제견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 체세포는 5살이던 스너피의 몸에서 얻어 보관해온 것으로 지방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다.
연구진은 스너피의 체세포를 다른 개들의 핵 제거 난모세포 112개에 집어넣어 체세포 핵치환 복제배아 94개를 얻어냈다. 이어 94개 복제배아를 다른 암컷 개들의 자궁에 이식했으며 이후에 4마리가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다. 이 중 한 마리는 태어난 지 사흘만에 심한 설사 증세로 숨졌으며, 나머지 세 마리는 9개월령 현재 건강한 상태로 자라고 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이로써 아프간 사냥개인 타이의 복제견은 스너피에 이어 재복제견 3마리로 2대째 이어지게 됐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재복제 동물의 수명과 건강에 관한 연구 보고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면서, 스너피 복제견들이 복제 동물 건강과 수명에 관한 연구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복제 동물이 노화의 가속화로 인해 수명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는지에 관해 여러 물음들이 제기되어 왔으나, 체세포를 공여한 타이와 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한 스너피의 수명과 건강을 비교할 때 같은 품종의 다른 개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동안 복제 동물은 많이 생산됐으나 그 수명과 건강에 관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아 비교할 자료가 부족하고 최초의 복제동물인 복제양 돌리가 6살 나이로 일찍 숨지긴 했지만, 10살과 12살까지 생존한 스너피와 타이의 수명은 같은 품종 개들의 수명 중간값인 11.9년과 비슷하고 별다른 건강 문제도 없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동물 복제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동물 또는 연구나 산업 용도의 우수한 동물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복제된 동물이 노화 가속 현상을 겪는지 여부에 대한 오랜 물음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이 물음에 대한 답에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세계 최초의 복제견인 스너피(Snuppy)와 그 체세포의 공여 동물인 아프간 수컷 사냥개 타이(Tai)의 수명과 건강을 비교했다. 간략히 말해, 각각 10세와 12세 나이에 죽은 스너피와 타이는 암이 발전할 때까지는 전반적으로 건강했다. 기증자와 복제된 개의 수명은 모두 아프간 사냥개의 수명 중간값으로 보고된 11.9년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공여자 세포로서 스너피의 지방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사용해 복제견 4마리를 만들어냈음을 보고한다. 생애에 걸쳐 이들 재복제 동물에 대해 임상과 분자 추적을 수행한다면, 세포 공여 동물과 비교해 복제 동물의 건강과 수명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Scientific Reports 7, Article number: 15235 (2017),
doi:10.1038/s41598-017-15328-2〕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