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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유전자가위 생체에 주입, 청력상실 늦춰 -쥐실험

등록 2017-12-22 14:49수정 2017-12-22 21:27

유전자가위 분자의 생체전달 새기법 개발 주목
난청 일으키는 ‘우성 돌연변이 유전자’ 표적 파괴
하버드대학 데이비드 류 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의해 절단된 디엔에이(DNA)를 형상화한 그림. 유투브 화면 갈무리, https://youtu.be/2pp17E4E-O8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의해 절단된 디엔에이(DNA)를 형상화한 그림. 유투브 화면 갈무리, https://youtu.be/2pp17E4E-O8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분자를 살아 있는 몸의 한 곳에 나타나는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고자 할 때, 안전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맞이하는 장벽은 ‘유전자가위 분자를 어떻게 생체의 세포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가’ 하는 전달의 문제였다. 기존 기법으로는 운반체인 바이러스에 분자를 싣고서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통해 분자를 세포 안에 넣는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세포막을 손쉽게 통과하는 ‘지질’ 성분으로 유전자가위 분자를 감싸고서 그것을 생체의 세포에 집어넣는 새로운 기법이 최근 보고됐다. 이 기법을 이용해 유전성 난청을 앓는 인간질환 모델동물 마우스의 귀에다 유전자가위 분자를 집어넣어 청력 상실을 늦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류(David Liu) 교수 연구진은 최근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실험 대상으로 삼은 유전질환은 음파를 감지하는 구실을 하는 귀 달팽이관의 유모세포(hair cell)가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손상되는 유전성 난청이었다. 부모한테서 반씩 물려받아 이룬 염색체에서 ‘Tmc1’이라는 유전자 쌍(대립유전자) 중에서 변이가 생긴 유전자 하나가 우성 유전자(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자)이 되어 유모세포를 파괴할 때 청력 상실이 진행된다고 한다. 청력 상실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우성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다른 정상 유전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변이 유전자의 기능을 없앨 유전자가위 분자를 설계했다. (참조: 대립유전자, http://koc.chunjae.co.kr/Dic/dicDetail.do?idx=1784)

문제는 유전자가위 분자를 살아 있는 동물의 몸 세포에 어떻게 집어넣느냐 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세포막을 손쉽게 통과하는 지질 성분을 이용했다.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의 일부 염기서열 정보(주소)를 지녀 표적을 찾는 데 안내자 구실을 하는 ‘가이드 아르엔에이(RNA)’에다 표적 지점에 달라붙어 그 지점을 절단하는 카스9 분자의 단백질 복합체를 양이온 성질을 띠는 지질 성분으로 감쌌다. 이렇게 ‘지질 캡슐’에 담긴 유전자가위 분자가 유전성 난청 질환을 앓는 마우스의 한쪽 귀 부분에 주입됐다. 그러고서 유전자가위 분자를 주입하지 다른쪽 귀, 그리고 다른 마우스를 비교해 유전성 난청 질환의 진행 정도를 살폈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 분자가 난청 질환모델 마우스에서 청력 상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냈다고 보고했다.

과학매체 <더 사이언티스트>의 보도를 보면, 4주가량 지난 뒤에 유전자가위 분자를 주입한 마우스의 귀에선 조용한 대화 소리에 해당하는 60 데시벨에서도 청각 뇌간 반응이 나타났지만 주입하지 않은 질환모델 마우스의 귀에선 꽤 시끄러운 75-80 데시벨 정도에서나 청각 반응이 나타났다. 물론 정상 마우스는 더 작은 소리인 30-40 데시벨에서도 반응했다. 이런 결과는 유전자가위 분자가 갓 태어난 질환 모델동물 마우스에서 청력 상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발휘했음을 보여준다. 8주가량 뒤엔 유전자가위 분자를 주입하지 않은 질환모델 마우스에서는 매우 소리인 120데시벨에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청력 상실이 진행됐지만, 유전자가위를 주입한 마우스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유전자가위의 생체 내 전달 방법은 바이러스 운반체를 이용할 때 바이러스에 실려 전달된 유전자의 발현이 세포 안에서 오랜 동안 지속되는 것과 달리 유전자가위 단백질 복합체가 세포 안에서 일시 동안 작동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몸의 한 곳에만 유전자가위 분자를 국소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전 기법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던 새 기법의 장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데이비드 류 교수는 <더 사이언티스트> 뉴스 보도에서 “(유전자가위 분자를 생체 세포 안에 전달하는) 이런 전달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나 유망한 성과”라며 “눈이나 귀 같은 생체 조직에는 이런 방식의 국소적 유전자가위 전달 방법이 큰 이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가위 분자를 살아 있는 몸의 특정 부위의 세포 안에 전달하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는 점, 그리고 동물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동물실험에서 나온 초기 연구의 결과이기에 안전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사람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데에는 훨씬 더 어렵고 까다로운 연구들이 뒤따라야 한다.

논문 초록 (번역)

유전 인자는 전체 청각장애의 거의 절반에 관련되지만 유전성 난청의 치료 방법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우성 유전의 유전성 난청을 표적으로 삼는 게놈편집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연구진은 양이온 성질의 지질(lipid)을 매개로 하여 Cas9-가이드RNA 복합체를 생체에 전달함으로써 인간 유전성 난청 질환의 모델동물 마우스에서 난청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시험관과 원섬유아세포에서 (베토벤이라는 이름을 붙인) 베토벤(Bth) 모델 마우스에 있는 Tmc1 유전자계열 중에서 난청과 연관되는 우성 유전자만을 파괴하는 게놈편집 인자(agnet)를 설계하고 검증했다. 베토벤 마우스에서, 돌연변이인 Tmc1Bth 유전자는 단 하나의 염기에서 자연형의 유전자와 다를 뿐이다. 갓 태어난 Tmc1 베토벤 마우스의 달팽이관 안으로 Tmc1Bth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는 Cas9-가이드RNA-지질 복합체를 주입하면, 진행성 난청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관련 없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은 대조군 복합체를 주입한 마우스의 귀, 또는 아무것도 주입하지 않은 마우스의 귀와 비교하여, (Tmc1Bth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은 Cas9-가이드RNA-지질 복합체를) 주입한 마우스의 귀에서 유모 세포(hair cell)의 생존률이 더 높아지고 청각 뇌간 반응의 문턱값이 더 낮아졌음을 관찰했다. (Tmc1Bth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은 Cas9-가이드RNA-지질 복합체를) 주입하지 않은 마우스와 비교해, 주입한 마우스들 사이에서 음향 경련 반응이 증강되었음이 관찰됐다. 이런 연구결과는 표적으로 삼은 (돌연변이) 유전자 파괴 인자를 생체에 전달하는 단백질-RNA 복합체 방법이 몇몇 유형의 염색체 우성 난청에 대한 잠재적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Nature (2017), http://dx.doi.org/10.1038/nature25164]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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