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빛나는 푸른 지구 위 칠흑같은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우주비행사. SF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사진은 실제 우주에서 찍은 것이다.
1984년 2월7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우주비행사 브루스 매캔들리스(Bruce McCandless)가 사상 처음으로 우주선과 연결되는 선 없이 자유롭게 우주 유영을 하는 모습이다. 이는 등 뒤에 부착한 유인조종장치(MMU)라는 제트팩 덕분에 가능했다고 한다. 매캔들리스는 이날 챌린저호에서 약 100m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숱한 우주 사진 중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 사진의 주인공 매캔들리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숨졌다.
매캔들리스가 우주 유영에 나선 직후 우주왕복선 창문을 통해 70mm 카메라로 찍은 모습.
"닐에겐 작은 발걸음, 나에겐 큰 도약"
매캔들리스 공식 프로필 사진.
미 해군 장교 출신인 그는 1966년 4월 항공우주국(NASA)이 선발한 19명의 우주비행사 가운데 한 명으로 우주임무에 뛰어들었다. 그는 아폴로14호 지원승무원이었으며 2개의 우주왕복선 승무원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1984년 챌린저호(STS-41B)에서 그 유명한 우주유영을 수행했으며 1990년엔 디스커버리호(STS-31)를 타고 허블우주망원경을 배치하는 데 참여했다.
그는 첫 우주유영 당시 상황에 대해 2015년 이렇게 술회했다. "조금 걱정스러웠다. 나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을 때 했던 말과 비슷한 뭔가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닐에겐 작은 발걸음이었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터무니없이 큰 도약이다. 그랬더니 긴장이 좀 풀렸다."
닐 암스트롱과 첫 교신한 기록도
매캔들리스는 MMU를 이용한 우주유영 4시간을 포함해 우주 공간에서 312시간 이상을 머물렀다. 우주역사가 로버트 펄맨(Robert Pearlman)에 따르면 그는 또 1969년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과 휴스턴기지에서 교신한 지상 최초의 사람이었다.
아무도 없는 광활하고 깜깜한 우주공간에서 오로지 등 뒤의 제트팩 하나에만 의지해 있던 매캔들리스는 발 아래서 빛나는 지구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을까? 아니면 미지의 공포감에 전율을 느꼈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